매일신문

[세풍] ‘음식점 총량제’의 허술함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음식점 허가 총량제' 발언은 비록 선의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야권의 반발처럼 '전체주의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그의 허술함과 무능을 보여준다.

유능한 정부라면 '음식점 총량제' 같은 것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도록 지원하고, 국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이다. 감성만 앞서고, 능력은 없으니 "마구 식당을 열어서 망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는 식의 그럴듯한 말을 뱉고, '음식점 총량제' 같은 허술한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2020년 기준 전체 근로자 중 24.6%)이 대단히 높다. 자영업에 뛰어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상당수는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위험을 감수하며 자영업에 도전한다. 이 후보의 발언처럼, 마구 식당을 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 나름 경험을 쌓고 도전하지만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논란이 되자 이 후보는 "택시 면허도 제한되고, 의사도 숫자를 제한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고 하다못해 대학 정원도 정하고 있다"고 했다. 의대 정원을 제한하는 것은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고, 오랜 수련과 면허 시험으로 의사 숫자를 제한하는 것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데 방점이 있는 것이지 의사들의 수입을 보장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후보가 언급한 '택시 면허'를 생각해 보면 '총량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분명해진다.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모두 '총량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둘 중 상대적으로 근무 조건이 열악하고 수입이 적은 법인택시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상대적으로 근무 조건과 수입이 나은 '개인택시'는 진입이 어렵다. 총량제로 개인택시 숫자를 묶어 놓으니 몇 년 무사고 등 개인택시 면허 자격을 갖추더라도 신규 면허를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개인택시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무사고 경력'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후, 수천만 원(지역에 따라 5천만~7천만 원)을 지불하고 기존 개인택시 사업자의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해야 한다. 택시 자동차값 외에 별도로 '면허값'을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충분한 자격을 갖춰도 개인택시 영업을 못 하는 것이다. '자영업 총량제' 역시 그렇게 굴러갈 가능성이 높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 후보 측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자영업의 진입 장벽을 높게 해서 준비 과정을 거친 뒤에 들어와야 한다"고 발언한 내용을 거론하며 해명에 나서고 있다. '준비'를 강조한 백 대표의 발언과 이 후보의 '총량제'는 다른 이야기다. 백 대표의 인식은 '지원'에, 이 후보의 인식은 '제한'에 방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잡겠다며 온갖 정책을 들고나와 '집값 폭등'을 야기해 집 가진 사람에게 '세금 폭탄'을 안겨주었고, 집 없는 사람의 '집 살 기회'를 박탈했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요란을 떨더니 멀쩡한 일자리를 박살 내고, 세금 퍼부어 만든 알바성 일자리로 그 숫자를 메웠다. 어설프고 무능했다.

이재명 후보는 '망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고, 불량식품 먹고, 굶어 죽는 건 자유가 아니다'고 했다. 외롭고 힘든 개인을 공동체가 지켜주겠다니, 참 멋진 말이다. 하지만 이 낭만적인 말을 현실로 만들 대책이 '총량제'라는 사실에서 어설픔과 무능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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