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임기 말 문 정권, 무모한 종전선언에 집착 말아야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종전선언이 무산되는 양상이다. 한미 양국 외교장관은 지난달 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최근 한반도 상황에 관해 의견을 나눴는데 종전선언에 대해 확연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우리 외교부는 이번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료에서 두 장관이 "(한국전쟁〈6·25 전쟁〉)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조기 재가동 방안에 대해 진지한 협의를 했다"고 한 반면 미 국무부 자료에는 '종전선언'이란 표현이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이는 문 정권 측의 종전선언 논의 제안을 미국 측이 수용하긴 했으나 문 정권의 주장을 듣는 시늉만 하면서 사실상 무시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되는 불협화음이다. 문 정권의 종전선언 추진을 미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하고 있음이 잘 감지된다. 이는 지난달 26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우리(한미)는 (종전선언) 조치를 위한 순서, 시기,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한 데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그 의미는 문 정권 식(式) 종전선언에 호응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문 정부의 구상인 데 반해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 개시 후 비핵화 실행에 대한 반대급부여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문 정권의 종전선언 추진 방식은 너무나 무모하다. 종전선언의 전제 조건은 북핵 폐기여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문 정권은 북핵 폐기는 일언반구도 않고 종전선언부터 하자고 한다. 남한 국민을 북핵의 인질로 내주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북한은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미국의 북한 적대시 정책 폐기를 요구한다. 한미 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핵우산 제공 등을 모두 회수하라는 뜻이다. 그 노림수는 한미동맹의 와해다.

임기 말 문 정권의 '종전선언' 타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미국에 무시당하는 것도 당연하다. 문 정권은 가망 없는 종전선언에 매달리지 말고 차기 대선의 중립적 관리 등 내치(內治)에나 더 힘을 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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