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반갑게 만난 지인이 뜻밖의 무거운 목소리로 부동산 관련 고민을 얘기해왔다. 내년 초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기존 집값을 한참 낮춰 내놨는데도 매수 문의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는단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한풀 꺾인 영향이 크지만, 무엇보다 최근 나온 강력한 가계대출 대책이 결정타가 된 것 같다는 얘기였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대한 원성이 높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 조치 때문에 날벼락을 맞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데 규제의 목적이나 필요성, 기대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어서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은 당위성이 있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GDP가 1천933조 원이었는데 6월 말 국내 가계부채가 올 6월 말 1천800조 원을 넘어섰다니 위기감을 느낄 법하다.
금융당국은 은행별로 가계대출 증가분을 전년 대비 6% 이하로 맞추는 가계대출 총량제로는 부족했는지 연이어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 7월부터 전체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6억 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DSR 40%를 넘지 않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26일에는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 원, 7월부터는 1억 원을 초과할 경우 DSR 40%를 적용하는 결정도 더해졌다.
반면 대출 수요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이미 가계대출 총량제로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데 DSR 적용 기준까지 강화한 것은 대출 실패의 화살을 수요자 본인에게로 돌리게 하려는 게 아니냐는 불만마저 나올 정도다. 정부가 제시한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보다 수요자 본인의 소득이 결정하는 DSR이 거절 사유로 내세우기 쉽다는 논리다.
억측일 수 있지만 정책에 대한 대출 수요자들의 불만은 이미 차고 넘치기에 흘려듣기 어렵다. 상환 기간 30년 이상이 흔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현재 소득수준 40%의 DSR을 적용하는 점, 낮은 금리로 고객을 유인할 이유가 없어진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며 배를 불리는 상황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가계대출이 정말 위험 수위인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선진국 평균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75.3%라지만 캐나다(106%), 호주(121%), 스위스(129%) 등 100%를 훌쩍 넘긴 국가도 적지 않다.
법인이 주로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개인이 그 역할을 하면서 가계부채가 실제 성격보다 과도하게 집계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수년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역시 보수적으로 관리해왔다.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라며 DSR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을 납득하기 힘든 이유다.
DSR 규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저소득 무주택자라는 점 역시 문제다. 그동안 돈이 부족해 집을 마련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사실상 주택시장에서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청년 세대의 '우린 영원한 무주택자'라는 자조에 사상 초유의 만기 40년짜리 '적격대출'까지 만들어 낸 정부의 의도는 뭐였을까?
그렇다면 정부는 이제 와서 중장기적으로 집값을 낮추거나 묶어둘 묘책이라도 생긴 걸까? 시장의 원리와 목소리를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리는 정부의 집값·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설사 그렇게 가계부채 증가세와 집값이 잡혔을 때 실제로 무주택자의 사정은 나아졌을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답을 찾을 곳은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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