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로봇'(robot)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희곡 '로숨의 만능 로봇'이다. 'robot'은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 'robota'에서 나온 말이다. 희곡에서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에 반기를 든다.
많은 SF영화에서는 로봇이 감정 및 자아를 갖는다는 상황을 상정한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휴머노이드들은 폐기 처리(죽음)되는 것에 저항한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사람과 대화 또는 교류가 상당 부분 가능한 로봇이 나올 것이고 이로 인해 많은 사회적 현상들이 파생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흥미로운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로봇 학대' 논란이다. 이 후보는 로봇박람회에서 4족보행로봇을 과격하게 넘어뜨렸다가 "인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식의 공격을 받았다. 로봇의 복원력을 테스트한 것뿐인데 무생물에 학대가 웬 말이냐는 반론도 이어졌다.
몇 년 전 외국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2015년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사는 4족보행로봇을 공개했다. 이 후보가 넘어뜨린 로봇과 거의 비슷한 로봇이다. 개발자는 이 로봇의 복원력을 보여준다며 발로 세게 걷어차 넘어뜨렸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비난이 폭주했다. 이 회사에서 개발 중인 인간형 로봇 모델이 개발자에게 보복하는 유머 동영상까지 나돌았다.
당시 CNN은 "로봇을 발로 차는 행동은 잔인한 짓인가?"라는 기사로 미국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로봇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학대일까. 괴롭힘을 당하는 대상이 감정 또는 고통을 느껴야 학대라는 명제가 성립된다. 자동차 충돌 실험을 했다고 해서, 휴대폰을 내던져 액정을 깨뜨렸다고 해서 학대가 되지는 않는다.
학대 논란이 생기는 것은 보는 이가 불편을 느껴서이다.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물체를 함부로 다뤘을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이 후보의 로봇 학대 논란은 로봇이 강아지와 닮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 공방이 이를 증폭시킨 감도 없지 않다. 앞으로 인간 및 반려동물을 많이 닮은 로봇들이 가정에 보급될 것이다. 기술 문명의 발전은 이제 학대에 대한 철학적·윤리적 고민거리까지 안겨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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