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측근은 배임혐의 기소하면서 자칭 ‘설계자’는 쏙 빼놓은 檢

지난달 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뇌물 혐의로만 기소해 '이재명 구하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검찰이 1일 유 전 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도 배임 피해자를 성남도시개발공사로 한정했다. 성남시를 피해자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1조5천억 원 규모 사업의 이익 배분을 단독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대장동 개발 인허가권은 성남시에 있었고, 이 후보 역시 "설계는 내가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15년 당시 성남시의 1년 총예산이 2조6천억 원 규모다. 그런 성남시가 1조5천억 원짜리 사업을 하면서 유 전 본부장 혼자 처리했다면 어떻게 납득하겠는가. 부동산 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준 것을 검찰은 무슨 근거로 정책적 판단에 무게를 두고 보는가. 의혹은 또 있다. 윗선의 지시 없이 하급자인 유한기 개발본부장이 황무성 성남도개공 사장의 사표를 받을 수 있나. 황 사장이 물러난 뒤 유동규가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화천대유에 유리한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직무대행을 누가 맡겼나.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개발이익) 100%를 다 못 뺏은 게 배임이라는 주장도 있던데, 100%를 다 뺏으면 민간 투자자가 왜 참여하나. 상식선에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말 비틀기에 불과하다. 개발이익을 100% 환수하지 못한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개발사업팀이 올린 '초과이익 환수' 검토 조항을 누가, 왜 빼서 성남도개공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민간업자에게 수천억 원의 이익을 가져가도록 했느냐를 묻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특검'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 압박에 결국 특검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때야말로 시간이 촉박해 사실을 규명하지 못한 채 대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는 이 후보가 바라는 바일지 모르나 국가에는 엄청난 손실이다. 이 후보가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즉각 특검을 자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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