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문명을 인간 스스로가 발전시켜온 진보의 결과라고 여긴다. 우리는 다른 생명체에게는 없는, 인간만이 가진 사고하는 능력을 발휘해 자연을 '정복한 결과'가 문명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정말 문명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일까. 인간은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만 문명을 이룩했을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지은이는 인류 문명을 인간이라는 종이 자연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하며, 자연사라는 과학의 렌즈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려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제1부 '생명'에서는 우주의 시작과 생명의 발생으로부터 문명이 태동하기 전까지의 역사를 개괄한다. 그러면서 진화를 이해하고 자연사의 시각으로 문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주요 용어들인 공생발생과 자기조직화, 상리공생, 공진화 등의 개념과 원리를 설명한다.
제2부 '문명'에서는 정착과 함께 인류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한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높아진 인구밀도에 따라 폭력이 증가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인류가 성공적으로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협력' 덕분이었다. 생명체들이 군비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 공진화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과정을 거치며 인류는 도시를 건설하고 무역망을 구축했다.
제2부 말미에서는 도시의 경관과 인류의 사회 구조가 자연 생태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만이 발전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사회의 물리적, 계층적 구조 역시 사실은 자연계의 법칙을 충실히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제3부 '운명'에서는 최근의 문명사를 다루면서 현재 인류가 처한 문제들의 원인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설명한다. 현 인류가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영역인 종교를 탐구하면서 종교의 발생이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식물로부터 유래했을지도 모른다는 시각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모든 지구 생명체의 진화와 번성을 이끌어온 경쟁과 협력의 법칙이 인류와 문명의 발전에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쳐왔으며, 인류 역시 거대한 자연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진화에서 경쟁만큼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던 '협력'의 힘을 강조하면서, 인류가 인간과 자연이 지구에서 서로 영향을 미치며 공존하는 관계임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협력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기후 문제 등 생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36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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