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왼 눈과 오른 눈

김지영 극단 만신 대표

김지영 극단 만신 대표
김지영 극단 만신 대표

몇 년간 세월의 간격을 두고 찍어온 내 사진들을 보면, 분명 같은 사람인데 참 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내 얼굴의 역사 속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은 것은, 내 왼 눈과 오른 눈 사이의 간극이다.

우리 몸의 오른쪽은 논리적이고 분석적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 몸의 왼쪽은 공간적이고 감정적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내 왼쪽 눈은 늘 순해 보이고 오른쪽 눈은 늘 날카롭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아폴론'적 정신과 '디오니소스'적 정신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성적인 의술과 음악의 신 아폴론, 열정적인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통해 이성과 감성의 대립을 말하며 그 시대 유럽 서구권이 아폴론적 정신에 함몰돼 생의 활력을 잃어버렸다고 통탄했다.

니체는 스스로 이 책이 감정적 흥분 상태에 젖어있는 글이었다고 고백했는데,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나도 덩달아 그 흥분상태에 감염돼 버렸다. 그래서 이성적인 것이라면 무조건 삐딱하게 바라보고, 한동안을 디오니소스 숭배론자로 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흥분이 한풀 가라앉고 나서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 아폴론이 절대악이고 디오니소스가 절대선이겠는가. 시대적, 문화적 환경이 위험할 정도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이었겠지.

공자가 서로 다른 두 성향의 제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고도 완전히 반대되는 답을 내렸다는 유명한 일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절대적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점에서 말이다.

세상은 늘 수많은 문제와 병을 앓는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 속의 사람들은 모자란 것을 채우고, 과한 것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아슬아슬하게 세계의 균형을 잡아간다. 시대적 상황과 맥락을 헤아려 그 안에서 조금 더 힘을 실어야 할, 조금은 외면받을 수 있는 이슈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와 통하지 않을까.

이런 나의 생각을 두고 양비론자라고, 혹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에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과 그 사람에 맞는 진리가 오롯이 따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아직까지는 나의 진실이다. 날카로운 오른쪽 눈과 순한 왼쪽 눈을 같이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 나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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