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노태우 우주센터' 설립하자

서상기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 총재(전 국회의원)

서상기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 총재(전 국회의원)
서상기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 총재(전 국회의원)

고(故) 노태우 대통령의 국가장이 지난달 30일 치러진 가운데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1987년 6월 29일 국민들의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여 6·29 선언을 발표하고, 소련 및 중국과 수교한 공로는 누구나 인정하는 위대한 업적이다.

과학자인 필자가 생각하기에 국민들이 잊어버린 또 다른 큰 공로가 있다.

노 대통령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업적을 남겼다. 노 대통령은 재임 중 항공우주연구원을 설립하고,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을 시행했다.

이때 설립된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줄기차게 로켓 연구를 했기 때문에 지난달 21일 우리나라는 국내 과학기술의 힘으로 누리호 로켓을 발사할 수 있었다. 그때 항공우주연구원이 설립되지 않았다면, 누리호는 결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누리호 발사는 국가 지도자의 통찰력과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역사적 쾌거였다.

노 대통령은 청소년에게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이 창단된 지난 1989년 9월부터 임기를 마치는 1993년까지 노 대통령은 우주소년단의 명예총재를 기꺼이 맡아주셨다.

우주소년단 창립식에도 참석해서 "우리 청소년들이 태평양 시대를 주도할 수 있도록 빈틈없는 사고와 능력, 그리고 우주를 보는 시야를 지닌 세계인으로 커 나가자"고 격려했다.

이뿐 아니라 대통령 임기를 마칠 즈음인 1993년 1월에는 우주소년단 단원과 지도교사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새로운 세기에는 우리 한국인이 띄우고 한국인이 탄 유인 우주선이 망망한 우주를 개척하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예언적인 말을 남겼다.

이렇게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보인 것은 인류 문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재율 전 조선일보 과학기자가 필자에게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과학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과학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회상한 것도 노 대통령이 진정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소망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필자는 노 대통령을 '우주 대통령'으로 부르고 싶다. 이제 우주 대통령을 역사 속으로 떠나보내고, 남은 우리는 그 뜻을 이어받아 후손들이 더 큰 우주의 꿈을 꾸도록 도와줘야 한다.

미국이 오늘날 화성을 탐사하는 우주항공의 선진국이 된 데는 "인간을 달로 보내겠다"고 선언한 케네디 대통령의 공로가 컸다. 케네디는 떠났어도 미국은 플로리다에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를 설립하고 우주 개발의 꿈을 실천하고 있다.

뒤늦게 우주 개발에 나선 우리나라는 우주에 대해 즐겁고 행복하면서 유익한 체험과 놀이가 어우러진 새로운 개념의 국민우주교육시설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 같은 기능을 발휘할 '노태우 우주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대구가 세계 무대에 등장하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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