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1지구 1·2층 한복상가거리. 상인들은 점포에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점포 벽에는 1년 가까이 팔리지 않은 한복 수백 벌이 빈틈없이 걸려있었다. 행인에게 상인들은 "이쪽으로 오면 된다, 어떤 한복이 필요하냐"라며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펼쳤다.
35년째 서문시장에서 한복을 파는 정인자(67) 씨는 "올해 초에 들어온 한복들이 여태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손님들의 구매 욕구를 높이고자 한복을 입고 있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서 매일 허탈함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역의 한복 업계가 고사 직전에 놓였다. 결혼식과 돌잔치 등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줄줄이 연기돼 한복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탓이다.
한복 판매업자들은 코로나19가 한복 수요가 줄어든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혼인율 감소와 한복과 거리가 먼 젊은 세대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판매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김모(62) 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한복을 찾는 사람이 줄었지만 매달 20~30벌은 팔았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에는 겨우 두 벌 팔았고, 매출은 60만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원단과 제작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것의 거의 없다. 임대료만 1년에 350만원 내고 있는데 한복 장사를 계속할지, 폐업할지 고민이다"고 하소연했다.
1년 가까이 적용된 모임 인원 제한으로 결혼식의 경우 예식장에서 '스몰 웨딩'으로 옮겨간 탓에 한복 수요가 떨어졌다. 명절에 대규모 가족 단위 모임이 어려웠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서모(70) 씨는 "결혼식을 앞둔 손님의 경우 신랑과 신부, 혼주들까지 최소 여섯 벌은 팔 수 있었다. 하지만 거리두기 지침으로 결혼식에 모이는 사람이 적어져 폐백을 간소화하면서 한복을 생략하는 추세다"며 "지난 추석 명절에도 여기는 휑했다. 정부에서 모임을 제한했기 때문에 한복 입고 큰집 가는 명절 분위기도 사라졌다"고 했다.
아동 한복 전문 매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돌잔치와 유치원 또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행사에서 한복을 맞춰 입었던 게 옛말이 돼버렸다. 5년째 아동 한복을 판매하는 차모(80) 씨는 "코로나19 이전엔 돌잔치와 생일, 학교에서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가 열려 아이들의 한복 수요가 매우 높았는데, 지금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달 27일부터 신청받고 있는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에도 제외됐다고 말했다. 같은 소상공인이지만 손실보상금 지급 대상이 집합금지 또는 영업시간이 제한된 업종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대봉동 웨딩 거리에서 40년째 한복점을 운영하는 이모(69) 씨는 "폐업하는 점포들이 늘고 있다. 한복 제작 없이 판매만 하는 점포들은 일찍 문 닫고 퇴근하거나 출근도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다른 명분으로라도 손실보상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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