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김만배·남욱 말맞췄다"…김만배 "진술 기습 공개, 방어권 침해"

김만배·검찰, 법정 안팎서 치열한 신경전…구속 여부 밤늦게 결정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가운데)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가운데)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 심사 중인 법정에서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심문 후에도 양측 신경전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반에 걸쳐 김 씨의 구속 심사를 진행했다. 이는 지난달 14일 1차 영장 청구 당시의 2시간 반보다 1시간 더 걸린 것으로, 법정 공방이 더욱 치열했음을 뜻한다.

검찰은 심문에서 먼저 1시간가량 의견 진술을 하며 범죄사실과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및 대장동 사업 동업자들과 함께 화천대유 측에 거액이 돌아가게 사업을 설계해 공사 측에 651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그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 뇌물을 약속해 회삿돈 5억원을 빼돌려 건네고, 지인 등을 직원으로 올려 4억4천여만원을 급여 명목으로 횡령한 혐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뇌물 5억원 중 수표 4억원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정민용 변호사, 남욱 변호사에게 전달된 경위도 이날 처음 설명했다.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와의 공동 사업비 중 유 전 본부장에게 11억원을 빌려줬다가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남 변호사가 '당장 돌려받으라'고 했고, 이에 정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을 독촉하자 그가 '김 씨에게서 받았다'며 수표 4억원으로 일부를 갚았다는 취지다.

검찰은 수표 4억원을 전달한 객관적 증거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김 씨와 남 변호사를 대질조사하는 과정에서 휴식 시간 두 사람이 함께 화장실을 간 장면이 담긴 복도 CCTV 영상을 제시했다. 말맞추기·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김 씨 측 변호인은 2시간 넘게 프레젠테이션하며 혐의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은 김 씨가 민간사업자로 성남시 방침과 공모지침에 따라 공모했을 뿐 공사에 손해를 입힐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른 민관합동개발 사례들을 거론하며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가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이례적으로 유리한 건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로 든 다른 사업들에도 공모지침서에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없고, 우선 이익 배당을 받거나 민간 투자자와 같은 지위에서 지분율에 따른 배당을 받는 선택적 이익 배분 구조가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변호인 측은 공사가 우선 이익배당에 추가 이익까지 받으면 민간사업자 참여가 낮았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 사업자들의 이익이 크게 난 것도 이례적인 부동산 시장 활황의 결과라는 것이다.

김 씨 측은 이런 사정 때문에 유 전 본부장에게 거액을 뇌물로 약속할 이유도 없고, 수표를 건넨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인 측은 특히 "검찰이 수표 4억원을 둘러싼 정 변호사 등의 진술을 법정에서 처음 공개한 것은 피의자 방어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변호인 측은 심문 뒤 "그동안 6번이나 김 씨를 조사하면서 단 한 번도 제시하지 않은 이야기"라며 "그렇게 중요한 진술을 받았다면 반박 기회를 줘야 하는데 심문 과정에서 기습적으로 공개하는 건 피의자 조사 취지에 반하고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실상 공범 관계인 이들 사이에 뇌물성 수표가 여러 차례 왔다 갔다는 설정 자체가 자의적이고 경험칙에 반하는 점을 들어 정 변호사 등의 진술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씨 측은 동생이나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의 부인 등에게 화천대유 월급을 준 것도 "회사 업무를 봤기 때문"이라며 횡령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말맞추기 정황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김 씨 측은 "검찰이 같이 쉬는 시간을 줘서 화장실을 갔을 뿐이고 남욱과는 입장도 다른데 화장실에서 작당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럼 화장실을 따로 보냈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 씨 측 반발에 수사팀 역시 "피의자는 수표를 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이미 대질조사 과정에서 공범 간 진술을 공모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피의자가 방어권을 남용했음에도 수사 과정에서 녹취파일을 들려주는 등 충분한 방어권 보장을 위해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김 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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