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무식한 청와대 대변인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1979년 2월 17일 중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중국-베트남 전쟁은 1978년 12월 25일 통일 베트남이 친중(親中) 크메르루주 정권의 캄보디아를 침공한 것이 계기였다. 이런 베트남의 행위에 "교훈을 주겠다"는 것이 중국의 침공 명분이었다. 20만 병력, 항공기 170여 대, 탱크 200대를 투입한 중국군의 초반 기세는 대단했다. 베트남 북부 도시와 군사 거점 20여 곳을 점령하면서 전쟁은 중국의 일방 우세로 전개됐다.

그러나 중국군은 개전(開戰) 27일 만인 3월 16일 돌연 철수했다. 프랑스, 미국과 30년간 전쟁을 하면서 전투 전문가가 된 베트남 민병(民兵)의 게릴라 전술에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치욕을 감추기 위해 중국군은 황당한 설명을 내놓았다. "베트남을 벌주려는 임무가 완수됐기에 철군한다." 하지만 베트남은 '교훈'을 얻기는커녕 1989년까지 캄보디아에 군을 주둔시켰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이 어려워졌음을 설명하면서 든 이유도 중국군의 철군 설명만큼 황당하다. 박 대변인은 2일 "교황님이 아르헨티나, 따뜻한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아르헨티나는 광활한 국토가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어 지역별로 기후가 다양하다. 북부와 동북부는 아열대성 기후로 여름이 길고 덥고, 겨울철은 짧고 온화하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부는 온대 기후, 남쪽은 아한대 기후로 얼음처럼 차갑다.

교황 방북이 어려워졌다면 아르헨티나 날씨 탓을 하지 말고 그냥 그렇다고만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미국에서 사실상 웃음거리가 되는 굴욕도 없었을 것이다. 박 대변인의 말에 미국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이 "아르헨티나에 스키장이 있는 것을 아느냐"고 반문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3일 전했다. 그러면서 VOA는 "아르헨티나의 관광도시 바릴로체에 있는 파타고니아 스키 리조트는 지난 2017년 7월 영하 25.4℃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박 대변인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내색은 않아도 황당해하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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