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말하는 건축, 침묵하는 건축

최상대 지음/ 뜻밖에 펴냄

최상대 건축가가 스케치한 대구의 건축물인 대구문화예술회관 풍경.
최상대 건축가가 스케치한 대구의 건축물인 대구문화예술회관 풍경.
최상대 지음 / 뜻밖에 펴냄
최상대 지음 / 뜻밖에 펴냄

최상대 건축가가 대구경북의 이름난 건축물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풀어쓴 '말하는 건축, 침묵하는 건축'이 나왔다. 2019년 대구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대구의 건축, 문화가 되다', '건축, 스케치로 읽고 문화로 보다'에 이은 저자의 세 번째 저서다.

'말하는 건축, 침묵하는 건축'은 사진 대신 저자가 직접 그린 스케치로 채워져 있다. 글과 스케치로 속을 채운 앞선 두 권의 책을 닮아 시리즈로 이해될 법하다. 아날로그적 매력을 풍기면서 저자가 쓴 글과 잘 어우러진다.

저자는 달성토성, 대구문화예술회관과 성당못, 성주 한개마을 등 건축물과 주변 공간을 산책하며 건축과 문화, 도시와 환경, 사람과 공간 간의 관계를 인문학점 관점에서 썼다. '건축물의 이해'라는 과목의 교재로 쓰여도 알맞을 책이다.

특히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건축물들을 보는 시각과 통찰력있는 해법에 눈길이 간다. 박물관, 미술관 건축에서는 그곳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보여주면서 미래지향적인 콘텐츠를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립박물관 건립을 계획하는 대구시에 보내는 조언이다.

저자는 또 호화 청사 건립 후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이어진 성남시청사, 상업적 과잉 디자인으로 비난받은 서울 용산구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구시 신청사는 미래지향적이면서 건축적 수준도 갖추길 당부한다.

기차철 길에서 최적의 야경을 확보한 아양철길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왜 대구 신천변에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처럼 멋진 미술관 하나 못 만드나"라는 비난을 건축가들이 듣게 되는데, 대구 동구청은 철거될 아양철교를 대구시에서 이관받아 공공디자인과 접목해 새로운 도심 속 시민 문화공간으로 복원해냈다고 추켜올린다. 실제로 아양철교는 세계 디자인 컨테스트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해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완성도를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

아양철교처럼 과거의 건축물을 현대와 잘 융합시킨 곳이 대구 북구 칠성동 삼성창조캠퍼스에 있는 옛 제일모직 여자기숙사다. 2층 건물 5개 동은 60년 넘는 세월동안 제일모직과 삼성의 과거를 묵묵히 말하고 있으며 현대적 아틀리에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이 책에 대해 "'드러내면서-숨기는', '말하면서-침묵하는' 언어와 스케치로 지은 멋진 건축들의 숲인 셈이다. 저자를 따라 '건축의 숲' 길을 걸어가면 '보이는-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깊고 세련되게 스토리텔링해준다"고 평했다. 24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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