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너희들이 잘 이해하랴.
꽃과 나비 사이에서
꽃의 딸과 뜨거운 돌의 아들 사이에서
아름다움 때문에 꽃은 억울한 죽임 당할 수도 있다는 진실을 어떻게 해야 너희들이 잘 이해하랴. 선생님은 늘 몸부림치셨지요.
저희가 잘 알아듣게 가르침의 지혜를 익히시고 선생님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늘 웃으셨죠.
1952년 중2, 무언가를 바라보며 가슴이 부풀던 때 선생님은 저의 담임이셨고, 그것은 6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어서 저를 가르치시고 이끌어주고 계신답니다.
"움매-움매 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毛色)이 다른 어미한테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선생님은 정지용 시집 '백록담'을 저에게 주시면서 조국을 잃은 슬픈 우리 민족을 위해 눈물 흘리는 시라 하셨지요. 또 막 태어난 송아지가 말을 보고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달리는 것은 모든 것을 하나로 인식하는 순수성 때문이라고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알쏭달쏭 알 듯 모를 듯한 시를 처음 접해 본 저는 그저 황홀할 뿐이었죠. 저는 그때부터 아름답고 슬픈 시의 세계를 한 뼘 한 뼘 들어갔다고 기억됩니다.

"그중에서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드러 앉아 유나(臾娜)! 유나! 유나! 너 인제 모두 나 내 앞에 오는구나." 선생님은 서정주 시인의 '회사 집'도 저에게 주셨습니다. 「부활」이라는 시를 들려주셨지요. 시의 제목이 한자로 쓰여 있어 부활로 읽어야 할지 복할로 읽어야 할지 어리벙벙할 때였습니다. 죽으면 하늘나라에서나 다시 만나는 거라고 배운 나는 두렵기도 하고 천지개벽하는 그 시의 내용에 이상한 떨림과 슬픔을 느꼈더랍니다.
그 외에는 박태준의 '문장 강화', 백철의 평론집, '문예대백과사전' 등 많은 책을 저에게 주시고 저자의 사인까지 받아서 주신 시집들 그 귀한 책들을 아낌없이 주셨죠. 김성도 선생님의 숭고한 사랑이 사무쳐서 가끔 홀로 울곤 합니다.
그 눈에 언제 잠이 오나? 반짝이는 어린 눈망울을 바라보시면서 선생님은 지금도 '어린 음악대'를 지휘하실 테지요.
따따따 따따따 주먹 손으로
따따따 따따따 나팔 붑니다.
우리들은 어린 음악대
동네 안에 제일가지요.
온 동네, 저의 온몸에 어린 음악대 소리가 애틋하게 울립니다. '어린 음악대'의 '김성도 노래비'가 출신 학교인 하양초등 숲 한가운데 가만히 서 있지요. 선생님의 자택은 초창기 대구경북아동문학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였고, 대구 · 경북의 아동문학 발전에 큰 초석이 되셨습니다. 지금도 가끔 선생님의 노래비를 찾으며 선생님의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되새기곤 합니다.
"엄마!" 산꼭대기에서 "엄마!"하고 소리치면 마주 보이는 골짜기에서도 "엄마!" 하고 대답하지요. 사람들이 소리치는 것을 목소리라 하고, 대답하는 소리를 메아리라고 하지요. 그런데 목소리는 사라져도 이 메아리는 사라지지 않는대요. 아니, 사라지지 않는다기보다 죽지 않는대요. 그렇지요. 메아리는 죽지 않는대요. 김성도 선생님의 동화 '메아리'의 한 대목이에요. 그렇지요. 메아리는 영원히 하늘로 올라가지요.
미처 제 이름도 가누지 못해 천방지축 쏘다니는 어린 병아리들에게 햇살의 손길로 다독이시며 '꽃'이며 '꿈을 실은 풍선' 등을 들려주시는 선생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선생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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