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회복에 미국이 이달부터 '테이퍼링(유동성 축소)' 시작을 결정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발표로 4일 금융시장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금리 인상 시점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미국연방준비위원회(이하 연준)은 현지시각 3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0개월동안 이어온 1천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우선 이달말에 150억달러의 채권 매입을 줄이고 내달말 150억달러의 채권매입을 추가로 줄인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연준은 장기금리 억제 및 경기 회복 지원 차원에서 매월 미 국채 800억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 400억 달러 등 1천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연준의 이같은 조치가 연말까지 이뤄지면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 공급은 기존의 75% 수준이 된다.
지난 9월 연준 의사록에는 미 국채 매입 규모는 매달 100억 달러씩, MBS 매입 규모는 50억 달러씩 각각 축소해 8개월에 걸쳐 진행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연준은 일단 연말 이후 매입규모 축소는 경제 전망에 따라 적절히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고용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을 테이퍼링 조건으로 내 건 연준이 이달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은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이후 경제가 상당한 진전을 이룬 점을 반영했다"며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준 회의 결과 발표 이전 혼조세를 보이던 장세는 상승세로 전환하며 미국 3대 증시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테이퍼링 발표를 시장이 예상할 수 있었고 금리 인상과 별개로 접근하는 방식 덕분에 시장에 충격이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유동성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신규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형태라는 점도 시장의 과민한 반응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
자산시장 전반 및 개별종목의 방향은 테이퍼링보다 금리 인상이 가를 전망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는 성장주가 하락하고 유동성 확보가 용이한 가치주가 주목받는다. 금융주는 예대마진 확대, 이자수익 증대 가능성으로 수혜를 받는반면 금리 인하의 수혜를 보던 채권이나 레버리지 투자가 많은 부동산 계통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금리 인상 시점을 두고서는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 유지를 밝히며 테이퍼링 시작 결정이 금리 인상의 직접적 신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파월의장은 내년도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 결정에 초점을 맞췄고 금리인상을 논의하지 않았따. 금리 인상 조건인 최대고용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고 인플레이션도 내년 2~3분기에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 시점이 이르면 내달, 혹은 내후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테이퍼링 진행 과정에서 연준은 금리 인상시점이 멀었다는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시장금리가 전고점을 상회하려면 내년 하반기에도 임금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가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금번 FOMC결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되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했다.
4일 오전 국내 증시는 코스피가 3천선, 코스닥이 1천선을 웃돌며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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