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시조에 대한 바른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잘못된 선입견으로는 아무리 좋은 소재나 표현 기법을 동원하더라도 걸작이나 명작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천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시조를 접해오면서도 우리 국민 가운데 많은 숫자가 "시조와 자유시가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물론 이 지면의 목적은 '글쓰기 역량 강화'입니다. 그럼에도 보다 개념적인 이 질문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하는 까닭은 시조에 대한 근원적 오류부터 수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조는 우리말과 우리글에 우리의 혼을 아로새긴 정형시입니다. 우리 고유의 민족정서와 가치관을 3장 6구 12음보라는 정형성에 담아낸 역사 깊은 민족시입니다. 한시나 하이쿠처럼 철저히 자수를 맞추는 대신 우리말의 리듬을 변화있게 살려낸 특징이 생명입니다.
물론 오늘의 시조는 고시조와 달리 새로운 변화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물질문명의 가치에 보다 민감한 서구의 자유시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좀 더 정신적 가치를 잘 지켜온 민족시의 참모습을 계승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시조가 자유시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분명해집니다. 현대인들이 직면한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한다는 점에서는 소재나 주제, 메시지에 있어서 조금도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시조는 일정한 틀을 정해놓고 보다 간결하고 보다 정연한 외형을 갖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더러 이 복잡한 세상에 정형이라는 규제를 왜 지키느냐며 불만인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편견일 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의 그 어떤 섭리도 일정한 질서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보면 차라리 자연 질서에 대한 창의적인 적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 시조문학사 어디서도 '시조는 이렇게 써야 된다'라는 주장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문예사조의 흐름으로 보면 중국의 한시나 신라의 향가 등에서 변형돼 정착되었으리라 짐작하지만 결코 이론을 먼저 내세우질 않았습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우리 고유의 말이 지닌 호흡에 우리네 정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 시조라는 장르를 만든 것이지요.
물론 시조는 이미 천년에 가까운 기간 많이 보아온 탓에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옥이나 한복처럼 익숙해서 더 좋은 것이 정말 우리 것입니다. 익숙하고 편리하다고 해서 낡은 것이며, 고루한 것이라는 속단을 버리고 문학사의 유장한 흐름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좀 더 세심하고 긴 안목으로 바라보면 시조야말로 한글이라는 독창적인 우리말이 빚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독창적 정형시라는 결론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민병도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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