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점심 포장은 5, 6건으로 매출은 15만원 정도인데 KT 통신망 마비로 주문 자체가 안 들어와 점심 장사를 망쳤습니다. 점심에 맞춰 미리 준비한 재료를 버려야 해 실제 손해는 더 큽니다."
대구 서구 평리동에서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A(56) 씨는 "손해액에 비춰 보상가는 너무 낮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5일 KT 유무선 통신망 마비로 일상과 일터 곳곳에서 큰 불편이 발생한 가운데, 이에 대한 KT 보상안에 지역 이용자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T의 보상안에 따르면 KT는 개인 가입자에게는 15시간분의 요금을, 소상공인은 10일분 요금을 일괄 감면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평균 보상액은 개인 이용자 1천원 안팎, 소상공인 이용자 7천~8천원 수준로 추정된다.
4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카드에서 받은 '10월 25일 전후 오전 11시∼오후 1시(장애 발생 시간대) 카드 사용액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장애 발생 시간대의 숙박 및 음식점업 카드 사용액은 29억1천만원이었다. 이는 사고 당일을 전후한 3일(22∼24일, 26∼28일) 동일 시간대 평균 카드 사용액 39억2천만원 대비 25.9%(10억2000만원) 감소한 수치다.
김 의원은 "소비가 회복되는 시기이자 점심 장사 피크시간에 발생한 KT 통신 장애 사고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영업 손실이 막대했지만, KT가 발표한 보상안은 그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과거 보상사례와 비교하면 실제 개별 고객이 받을 보상액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2018년 11월 아현국사 화재로 통신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소상공인 1만2천 명에게 40만∼12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소상공인들은 '획일적 보상 기준'에 반발했다. 업종마다 피해 상황이 모두 다를뿐더러 보상금액도 낮다는 것이다. 대구 삼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31) 씨는 "배달은 물론이고 홀 손님도 현금결제와 계좌이체를 제외하고는 받질 못해 피해는 큰 데 획일적으로 보상액을 산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배달노동자들의 아우성도 이어졌다. 하루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점심 배달을 공쳤지만, 보상안이 논의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용석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 대구 분회장은 "배달 영업은 점심, 저녁 시간에 배달해 하루 일당을 버는 구조인데, 점심 배달이 집중되는 시간에 핸드폰이 먹통이 됐다"며 "3만~4만원 가까이 되는 점심 수익이 사라졌지만, 보상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배민라이더스 대구 분회 소속 노조원 중 3분의 1이 KT 이용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배달 플랫폼 기업에 속한 인원까지 합친다면 이 인원은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통신망 마비로 인한 사회적 피해에 대해 정확한 조사와 합당한 기준 마련이 필요한데, 이번 사건 이후 KT는 일괄적인 보상안만 만들었다"며 "이번 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면피용이 아닌 사건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져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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