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오래된 컬렉터들도 많고 전통 있는 미술 문화의 고장인 걸 잘 알고 있죠. 작가층도 탄탄하며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에 획을 그은 작가들도 대구에 많은 걸로 압니다."
대하사극 '태조 왕건'에서 견훤의 맏아들 신검 역으로 유명한 배우 이광기(53) 씨가 대구엑스코에서 5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대구아트페어 2021'에 참가한 갤러리 '스튜디오 끼'의 대표로서 4일 대구를 찾았다.
이 씨는 이번에 단색화가 김태호를 비롯해 그의 판화작 8종 세트와 대구 색면화가 윤종주·양종용 씨의 작품 등 모두 40점을 갖고 부스 13번을 배정받았다. 그가 갤러리스트가 된 계기는 2001년 태조 왕건을 촬영하면서 당시 연출 감독과 함께 보이차, 풍란, 동양화 등을 감상하게되면서부터다.
"현대미술이 시장가격의 투명성과 접근성이 좋아 관심을 갖게 됐고 그때부터 컬렉션을 시작했죠. 현재는 약 150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2018년 경기도 파주에 갤러리 '스튜디오 끼'를 개관, 본격적인 갤러리스트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후 이번 대구아트페어 2021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미술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 씨는 현재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경매쇼 '이광기의 광끼(光KKI)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광끼채널을 통해 격주로 이 씨가 직접 10~15명의 작가 작품을 약 2시간여에 걸쳐 설명하면서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 작가 박종규나 윤종주 작가의 작품도 경매를 한 적이 있죠. 제가 유튜브를 운영하는 이유는 숨은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 가치와 평가를 제대로 받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 씨의 '광끼채널'을 통해 현재 유명 작가가 된 사람은 문형태, 하태임, 하종우, 최울가, 최영욱 등이다.
이 씨는 현재 과열 양상마저 보이는 미술시장과 초보 컬렉터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미술품에 대한 투자를 완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것처럼 단타를 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림을 샀다가 손해를 보면 그 그림이 예쁘게 보이지 않습니다. 재테크보다 컬렉션이 먼저가 돼야 하죠. 미술품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아야죠. 또 절대 무리하지 말고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맞게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죠."
이 씨는 "가령 100만원에 그림을 구매해 50만원에 팔았다손 치더라도 그동안 그 그림을 보며 느낀 행복, 장식으로서의 기회비용, 구매까지의 스토리텔링만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컬렉터 스스로 그림 보는 눈이 높아지고 좋은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한 2010년 아이티 지진 때 봉사활동을 계기로 사진가로도 활동하며 지금까지 12년째 아이티를 도와 현지에 학교 3개를 건립하기도 했다. 이 씨는 2017년 '삶이 끝이 나면 죽음은 삶의 뿌리다'는 주제로 첫 사진전을 열었다.
1985년 청소년 배우로 연예계에 입문한 이 씨는 현재 올 연말 방영 예정인 '태종 이방원'에 정도전 역할을 맡아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그는 연기보다는 미술에 무게중심을 둬 앞으로 1인 크리에이티브로서 미술영상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콘텐츠에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의 양친은 성주가 고향이고 대구에 친척들도 많다.
인터뷰 끝에 그는 이런 이유로 "대구는 문화 전통의 지역이기에 지역민들이 문화를 품는 여유로운 삶을 찾기를 바란다"면서 만면에 웃음꽃을 피웠다. 햇살 받은 그의 미소가 참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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