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글지글-지면으로 익히는 글쓰기] 시조- (2)시조 3장, 어떤 구성이 좋을까

시조는 초장과 중장, 그리고 종장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구성 요소를 분석하고 장마다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도 서구적 문학 체계에 따른 분류입니다. 이전에는 시조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전제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글이 없던 고려시대에 완성된 양식임에도 구전으로 기억해오거나 한자를 빌려 표기해 왔었던 것이지요. 말하자면 논리의 제약을 앞세우고 창작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정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조의 구성, 즉 '3-4-3-4, 3-4-3-4, 3-5-4-3'이라는 자수 또한 고시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수치에 불과합니다. 전체적으로 45자 내외의 시조 한 수에는 적게는 3자 내지 7자 내외의 가감이 허용되었습니다.

다만 통계상으로 절대적으로 지키려 했던 부분이 종장 첫 음보 3자와 둘째 음보 5∼8자, 그리고 마지막 음보를 3자로 지켜왔던 것입니다. 오늘날의 현대시조 또한 대체적으로 이 통계치를 준용해 창작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의 음절에다 음절을 덧붙여 단어를 만드는 이유는 전달하려고 하는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마찬가지로 단어를 붙여서 하나의 구를 만들고 문장을 만드는 까닭 또한 전달 과정에서의 오류를 줄이고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수단입니다.

그러기에 일정한 양을 초과해서 음절을 길게 붙여 나가면 오히려 메시지의 혼선을 불러일으킬 개연성이 커지게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시조 3장이 지닌 양식 상의 미덕은 민족이 선택한 '절묘' 그 자체라 하겠습니다.

시조의 원형이고 본령인 단시조에 한해서 보았을 때 3장의 구성은 우리네 민족정서가 선택한 독자적 질서에 다름 아닙니다. 간혹 학자들 사이에서 한시에서의 '기승전결'의 구성 원리를 빌려 시조 3장의 구성 요소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시조에 대한 바른 접근은 아닙니다. 시조라는 구성체 안에는 하나의 유기체로서의 작은 우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업연이기/ 먼 남의 골육전을//

생때같은 목숨 값에/ 아아 던져진 삼불 군표여//

그래도 조국의 하늘이 고와/ 그 못 감고 갓을 눈"

(이호우 詩 '삼불야')

이 시조처럼 내용적으로 보면 우선 초장에는 시상의 착안점과 배경, 정황이 담겨집니다. 그리고 중장에는 초장의 시상이 전개돼 종장이 답해야할 물음을 이끌어 냅니다. 그리고 종장에서는 중장의 전개와 물음에 대한 전환 내지 반전의 결론을 담게 됩니다.

그리하여 문제 제기의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그래서 종장입니다. 종장이 끝났는데도 시상이 매듭지어지지 않았다면 좋은 구성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민병도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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