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다녔던 초등학교를 다시 가본 적이 있는가?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학교를 보면 깜짝 놀란다. 그렇게 컸던 학교가 작아 보인다. 그렇다. 아이였을 때는 모든 것이 커 보인다.
아동 폭력은 어떨까? 말할 것도 없다. 나보다 50㎝ 큰 어른은 물리적인 50㎝ 차이가 아니다. 거대한 산일 수도 있고 올려다보면 목이 아픈 거인일 수도 있다. 그런 거대한 대상이 아이를 때린다고 가정해보자. 아이는 그 충격을 감당해낼 수 없다.
광고에서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아이와 어른은 단순히 키 차이가 나는 관계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았다. 어른처럼 키가 크고 싶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 기억 속에 되살아난 건 해질녘 무렵 마주한 나의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는 어린이가 아니었다. 3m가 훌쩍 넘는 거인이었다. 제주 경찰에게 의뢰받은 이번 공익 캠페인에 나는 그림자를 가지고 왔다. 쉐도우 아트 형식으로 말이다.
아이디어는 이렇다. 낮에는 피규어와 함께 '없습니다'라는 글만 덩그러니 쓰여 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피규어 앞의 불이 켜지며 어른의 그림자는 실제 키보다 5배 이상 커진 거인이 된다. 집체만한 덩치로 아이를 삼킨다. 불빛이 있고 그림자가 있으니 이런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 광고를 제주안전체험관에 설치하고 대구로 올라왔다.

실제 가정 폭력의 88%가 밤에 이루어진다. 낮과 밤이 다른 광고로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어두운 밤이 되면 폭력은 더 무섭게 느껴진다. 피규어는 작지만 그 그림자는 커진다. 아이에게 폭력은 그 그림자만큼 커지는 것이다.
광고는 시선 싸움이다. 그 시선이 자기중심적이면 안 된다. 타인 중심, 그 사람 중심, 소비자 중심이어야 한다. 그 사람이 되어봐야 아이디어가 보이고 메시지를 탄생시킬 수 있다.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그 사람이 되어 보아라. 그러면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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