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진료의뢰센터란 어떤 곳일까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병원에서 근무하다보면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 병원도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 운영에 필요한 의료외적인 일에도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의사이면서 최고 경영자인 병원장을 필두로 부원장, 진료부장, 기획실장 그리고 병원 내 많은 조직의 실장·센터장·위원장을 맡아야 한다.

필자 역시 이제껏 잘 피해왔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연차가 돼 버렸다. "힘든 일 아니고, 그나마 편하다"는 전임 센터장님의 말씀에 혹해 올해부터 진료의뢰센터장 역을 맡게 됐다.

그때까지는 부끄럽게도 '타 병원으로 진료의뢰를 하는데 무슨 센터까지 있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진료의뢰센터가 어떤 일들을 하는지도 잘 몰랐다.

보통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상급병원으로 의뢰할 경우 파트 담당 교수님과 직접 연락을 해 환자를 의뢰하게 된다. 당연히 의사 대 의사로 연결되는 것이다.

진료의뢰센터장을 맡고 나서, 병원 내 진료의뢰센터 앞을 기웃거리면서 무엇을 하는지 유심히 살펴봤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쉼 없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진료의뢰센터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하는 곳이었다. 이곳은 개인병원 및 타 병원에서 진료 의뢰된 환자들이 제일 먼저 방문하는 곳으로 병원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곳이다. 요즘 병원들은 진료과가 세분화되고, 그 과에서조차 전문분야가 나누어져 있다 보니 환자를 의뢰된 환자를 어느 진료과, 어느 선생님에게 안내해야하는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어느 과를 가라고 적어온 경우는 쉽겠지만, '배가 아파서 보냈다'던가, '가슴이 답답해서 보냈다'고 할 경우에는 어느 진료과로 보내야할지 정하기 쉽지 않다. 행여 주소가 다른 곳으로 환자를 보냈다가는 환자와 그 과 선생님에게 동시에 불평을 듣기도 한다.

현재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의뢰를 보내려고 할 때 환자가 들러야 하는 곳도 바로 이 곳이다. 필요한 서류, 검사 결과지, 영상 자료 모두를 챙겨줘야 한다. 다른 병원 진료를 대신 알아봐 주기도 하는 것은 중요한 업무다. 외래의 경우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입원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에는 그 쪽 병원 병실 사정까지 알아봐야 되기에 엄청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지난 번 팀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힘든 점을 물어보니 '종일 말하고, 더욱이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하면 목소리를 엄청 크게 내야해서 목이 아프다'고 하였다. 일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오래 기다리게 되면 환자에게 짜증 섞인 말, 욕설까지 듣는다고 하소연했다.

예전에 진료의뢰서 서식을 수정해 달라는 부탁을 진료의뢰센터에서 받았을 때 엄청 짜증낸 적이 갑자기 생각나 뜨끔했다. 얼굴을 보고,이 곳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를 안다며 결코 그렇게 못했을 텐데….

병원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실제 병원경영에 도움이 되는 부서들 위주로 일이 돌아가는 것은 느낀다. 그래서 진료의뢰센터의 인력확보나 공간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센터장을 맡은 지 9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럴 때면 엄청 속이 상한다. 진료의뢰센터가 어떤 일들을 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이지?' 의심어린 눈초리로 보겠지만, 타 병원에서 우리 병원을 처음 방문하는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곳임과 동시에, 우리 병원에서 타 병원으로 전원 가야 될 환자에게 마지막 편의를 제공하는 곳으로, 병원의 이미지를 만드는 곳이라 생각한다.

보이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욱 소중할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도 의뢰된 환자를 맞이하느라 분주하게 일하고 있을 진료의뢰센터 팀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너무 수고하십니다. 힘들지만 그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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