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44> 포항 양덕동 그림책방, 트레저아일랜드

체험 프로그램… 요리, 플라워, 리스캔들 제작 등
경험만큼 좋은 자극제는 없다는 판단

포항 트레저아일랜드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포항 트레저아일랜드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지난달 13일 오후 찾은 포항 양덕동 그림책 동네책방 '트레저아일랜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스테인드글라스 수업이 한창이었다. 포항문화재단이 마련한 시민커뮤니티 '삼세판'의 프로그램으로 전문가가 책방에서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림책방이지만 체험 프로그램을 접목한 이곳 트레저아일랜드는 소설 '보물섬'에서 착안해 이름붙인 곳이라고 했다. 보물이 많다는 의미보다는 각자 찾는 보물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곳이라는 의미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책방지기 정보람 씨는 그림책방을 연 이유에 대해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카페에 가면 아이는 스마트폰만 보고, 키즈카페에 가면 어른이 스마트폰만 보는 게 어색해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는 "책방이라 책만 보러 오는 곳보다는 책으로 다양한 문화를 만들고, 색다른 경험을 하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책방은 즐겁고, 올 때마다 새로운 곳이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2019년 12월 문을 열었다. 운영 기간 대부분이 코로나19와 함께였다. 코로나 시국에 사람들이 다 숨어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 유치원에 못 가게 된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그림책방으로 왔다.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하는 때, 트레저아일랜드는 키즈클래스에 집중했다. 손의 감각을 이용할 수 있는 요리, 플라워, 리스캔들 제작 등의 프로그램으로 채웠다.

정 씨는 "책방이라고 오로지 책으로 승부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책을 중심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접목하려 했다. 경험만큼 좋은 자극제는 없을 것이라 여겼다"며 "재미있어 또 오고 싶게끔 하면 그 다음에 점점 책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판단이었다"고 했다. 수업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높은 만족도도 하나의 이유였다. 이런 결정은 책방지기의 경험에서 나왔다. 유치원 현장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던 터였다.

포항 트레저아일랜드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포항 트레저아일랜드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경험이 풍부했던 그였지만 책방을 시작하기 전, 망하는 책방들의 사례를 시리즈로 들을 만큼 익히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경기도 동탄의 북스터를 비롯해 제주 동네책방 등을 공부하는 심정으로 다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레저아일랜드로 벤치마킹하러 오는 예비 책방지기들에게 냉정하게 조언한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준비하고 시작했는데도 '빵권데이'가 있다. 그런 날은 나도 '멘붕'이 온다"고 했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다. 오후 1시에서 6시까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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