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따로, 따로."
어린 손녀를 세워두고 어머니는 손뼉을 쳤다. 내게서 나고, 내 품에 있으며, 여전히 내 손길이 필요한 아이였기에 '따로'라는 말이 무척 생경하게 들렸다. 할머니의 응원에 힘을 얻었는지 딸아이는 흔들흔들 발을 들어 올렸다. 두어 걸음 걷다가 주저앉고 말았지만, 아이는 입이 헤벌쭉해졌다. 혼자서도 걸음을 떼려는 시도를 여러 번 하더니, 어느 순간 아이는 스스로 걷게 되었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 엄마와 아기는 다른 개체가 된다. 아기는 스스로 숨 쉬고, 체온을 조절하며, 주린 배도 채워야 한다. 살기 위해 아기는 울어야 한다. 아기가 울면 엄마는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잠이 오는지 살핀다. 그래도 울어대면 아픈 건지 놀란 건지, 울음만으로 엄마는 아기의 속을 다 알기 어렵다.
아이는 자립하려고 애를 쓴다. 말문이 트이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이게 뭐야?", "왜?" 이다. 대답해주기 무섭게 아이는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손에 힘이 생기면 뭐든 자기가 하겠다고 덤빈다. "내가 할래"라며 큰소리를 치지만, 아이가 당장 잘하지는 못한다.
아이가 자립하도록 기다리는 건 인내심이 필요하다. 대신하려는 손이나 '빨리 하라'고 다그치는 혀를 다스려야 한다. 분명한 건,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자라고 능숙해진다. 덤벙거리던 젓가락질이 어느새 의젓해지고 보조 바퀴 없는 자전거도 잘 탄다. 좌우 바꿔 신던 신발을 바르게 신고 신발에 리본 끈도 예쁘게 묶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자립성이 길러지면 다음은 '같이'를 배운다. 아이는 작은 사회인 유치원이나 학교로 간다. 사회에서는 규칙에 따라야 하고 타인과 협력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사람과도 부대끼며 지내야 한다. 다투었다가도 화해하는 법을 배우며 아이는 사회화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의 내리사랑은 지극하다. 자식이 덜 고생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같다. 자칫 자녀의 인생에 지나치게 간섭하기도 한다. 가방을 들어주고 대신 숙제를 하다가, 대학 진학 시 학과를 정해주고 대신 수강 신청을 하기도 하며, 배우자까지 골라주는 별난 부모도 있다.
나이가 차고 몸이 커졌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안쓰럽다고 집안일을 시키지 않고 공부를 핑계로 집안 행사에서 빼면, 성인이 되어서도 집안일은 남의 일로 여기며 사람의 도리를 모른다. 이러한 인식이 바깥으로 이어지면 따돌림받기 쉽다. 끝없이 기대고 불편을 끼치는 구성원을 너그러이 받아주는 사회는 없다.
"한번 해봐. 언제나 네 뒤에 서 있을게."
부모의 격려와 응원이면 족하다. 자녀가 스스로 길을 정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게 좋다. 양육은 신체, 정신, 경제적으로 독립된 존재로 키워내는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대입 수능시험이 코앞이다. 모든 수험생이 실력 발휘하기를,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길 격려하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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