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주 앞둔 아파트 가구당 3천만원 더 내라…무슨 일?

대행사와의 용역비 소송서 조합 패소…"이자 포함 180억원 지급하라"
"미지급 용역비 지급하라" 판결…일반 분양자도 채무자 설정 분통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이달 입주를 코앞에 두고 갑작스레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되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 동구 괴전동 638가구(오피스텔 포함)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오는 23일 입주를 앞두고 최근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지역주택조합과 조합업무 대행사 간의 용역비 소송이 최근 마무리되면서 미지급된 용역비 130억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건립된 이 아파트는 2015년 12월 조합이 설립됐고, 2018년 9월 일반 분양을 마쳤다. 조합원은 280명, 일반 분양자는 275명이다.

소송에서 이긴 대행사는 일반 분양자까지 제3자 채무자로 설정하고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지급된 용역비는 이자를 포함해 180억원에 달했고, 가구당 부담해야 할 금액은 3천만원 수준이다.

일반 분양자는 용역비 소송에서 패소한 조합이 180억원에 달하는 빚을 입주 예정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 일반분양자는 "주택 청약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일반 분양자와 조합원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조합 업무 대행비를 일반 분양자가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고, 분양할 때는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송 과정에서 일반 분양자에게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던 조합의 해명도 일반 분양자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조합은 "업무대행 계약은 조합원에게만 해당된다"며 "미지급된 용역대금은 일반분양자분을 제외한 50억6천만원"이라고 감액을 주장했다.

사업 초기인 2015년 7월 조합 설립을 앞두고 조합과 대행사가 작성한 계약서를 보면 업무대행 용역비는 '사업계획 승인가구수(오피스텔 포함) X 가구당 2천만원(부가가치세 별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계약서상 일반 분양분을 제외할 근거가 없다"며 "업무 대행 범위에 일반 분양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잔금과 입주를 앞두고 소송에 얽히게 된 일반 분양자들은 지난 5일 조합장과 면담을 통해 안전하게 입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조합장은 이 자리에서 오는 18일 조합 총회를 개최해 손실 보전을 위한 추가 분담금 납부 결의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 분양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자 조합장은 "정상적으로 입주하시면 된다"며 "이번 채무는 일반 분양자와 별개라는 점을 조합원들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분양자들은 "조합 말만 믿고 잔금을 치를 수가 없다"며 동구청이 준공검사 및 사용승인 절차를 늦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원칙적으로 준공과 관련 없는 사유로 준공 절차를 늦출 수 없다"면서도 "조합 측에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원만히 해결되도록 중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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