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종수 밥동이 봉사단 회장 "한 끼 나눔 사회에 도움 됐으면"

李 '밥차와 동행하는 이들 봉사단' 회장…2009년 법률사무소 퇴직 봉사 결심
대구 동구 민원실서 2년간 업무 보조…취약계층 대상 9년 동안 무료급식
자원봉사로 즐거운 일 많아져 행복

6일 오후 대구 북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밥동이 봉사단 회장 이종수 씨가 그간 진행한 봉사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6일 오후 대구 북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밥동이 봉사단 회장 이종수 씨가 그간 진행한 봉사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행복한 한 끼 나눔이 배려심 가득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겟습니다."

6일 오후 대구 북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밥차와 동행하는 이들(밥동이) 봉사단" 회장 이종수(63) 씨는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해 사회적 약자의 배고픔과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에 23년간 근무한 법률사무소 사무장직을 내려놓은 뒤 생각 정리를 위해 산책을 하던 중 문득 순탄한 자신의 삶은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간 쌓아온 사무 능력을 발휘해 봉사하기로 마음먹은 이 씨는 곧장 동구자원봉사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3개월간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은 그는 동구청 민원실에서 여권 발급 업무 보조와 민원 업무 대행 등 2년간 봉사 활동을 펼쳤다. 동구보건소에서도 그는 주민을 위해 헌신했다. 이 씨는 영어나 한문 등이 적혀있어 서류 준비가 어려운 주민의 눈과 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행정 일선에서 지역민과 소통하며 보람을 느낀 그는 끊을 수 없는 봉사활동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2018년 3월 27일 오후 봉사활동에 나선 이종수 씨가 밥차 무료급식을 마친 뒤 집기를 옮기고 있다. 본인제공.
2018년 3월 27일 오후 봉사활동에 나선 이종수 씨가 밥차 무료급식을 마친 뒤 집기를 옮기고 있다. 본인제공.

더 많은 지역민을 돕고 싶은 생각이 든 이 씨는 2013년 6월 IBK기업은행과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가 진행한 후원사업에 응모, 선정된 동구자원봉사센터 소속으로 밥차에 올랐다. 이후 동구 지역 공원 4곳을 돌며 취약 계층 300여 명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1주일에 한, 두 번 정도 밥차 무료급식에 나선 그는 9년 동안 300회에 걸쳐 10만여 시민에게 음식을 대접했다. 폭염 기간 동안 무료 급식이 어려워지면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에서 지원하는 물을 얼려 시민들에게 직접 나눠주기도 한다.

그가 밥차 봉사를 9년간 이어온 것은 이곳에서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서로 급식을 먼저 받겠다며 다소 무질서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사뭇 정돈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매주 만나는 사람들과 서로 알아가고 몸이 불편해 거동이 힘든 사람들에게 순서를 양보하는 등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무료 급식이 지난해 중단됐지만, 그는 묘안을 마련했다. 현재 밥차 대신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이나 밀키트 등으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2014년 7월 17일 오전 봉사활동에 나선 이종수 씨가 밥차 내부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제공.
2014년 7월 17일 오전 봉사활동에 나선 이종수 씨가 밥차 내부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제공.

그간 이 씨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랜 법률사무소에서 일한 탓에 항상 긴장해 있었던 그는 누구보다 까다롭고 잘 웃지 않았다. 그러나 봉사를 하면서 즐거운 일이 많아진 그는 성격이 유순해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아가게 됐다.

이처럼 따뜻한 한 끼 식사로 지역민과 행복한 삶을 사는 이 씨도 오랜 고민이 있다. 어르신들의 편한 식사를 위해 꼭 필요한 천막과 식탁, 의자 등을 보관할 마땅한 장소조차 없어, 3.5t 차량의 남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대부분 70대인 봉사자들이 직접 싣고 내리기를 매번 반복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마나 폭염, 한파 때마다 공원 대신 잠시나마 마음 편히 밥 먹을 공간도 없어 행여나 식사하지 못한 어르신의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을지 근심도 가득해진다.

이 밖에도 강원도 산불 등 재난 재해 피해복구 활동, 농촌일손지원은 물론 각종 대회나 문화 행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이나 환경정비 집수리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삶의 변화를 끌어내 준 것에 항상 감사하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며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관청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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