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2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거리엔 취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보행자들이 서로 부딪히기까지 하면서 간신히 지나갈 정도였다. 술집에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취객들이 대화하며 음주에 한창이었다.
한 술집 앞에서 만난 A(26) 씨는 "거의 1년 만에 자정이 넘어서도 술집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고 말했다.
모임 인원이 완화되고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진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첫 주말, 대구 도심 곳곳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각에선 느슨해진 방역수칙 준수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새벽까지 불야성인 동성로
지난달까지 적용됐던 자정까지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면서 술집에 있는 손님들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직원들도 자정이 다가왔지만 '나가야 된다'라는 안내보다 들어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바빴다.
1년여 만에 맞이한 새벽 장사에 자영업자들은 반색했다. 동성로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B(60) 씨는 "주말에 밤 12시가 넘어서도 이렇게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 매출이 얼마나 올라올지 모르지만, 오늘처럼만 영업한다면 확실히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술집 밖에도 수십 명이 줄을 지어 서 있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젊은 남녀들 간에 헌팅이 이뤄지는 술집 앞엔 대기인원만 약 50명에 달했다.
웃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클럽과 홀덤펍 등 일부 유흥시설은 여전히 영업시간 제한이 적용돼 자정까지만 문을 열 수 있어서다. 이날 자정이 되자마자 클럽에 있던 100여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인근 술집으로 향했다.
동성로의 한 클럽 운영자 C(36) 씨는 "오후 6시에 문을 열지만 이때부터 클럽에 오는 손님들은 없다. 대부분 1차에서 술을 한 잔 마시고 10시나 돼야 온다"며 "클럽은 새벽에 매출이 급증하는데 자정에 문을 닫아야 해 술집에 손님을 빼앗기는 꼴이다"고 푸념했다.

◆느슨해진 방역 우려
위드 코로나 첫 주말을 맞아 방역이 느슨해진 모습도 보였다. 5m 남짓한 골목에 수백 명이 오갔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골목 한 곳에서는 아예 20~30명이 단체로 모여 침을 뱉으며 흡연했다.
낮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날인 6일 낮 12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수목원. 따뜻한 날씨와 맑게 갠 하늘 아래 나들이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이날은 수목원이 국화전시회를 열어 약 2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렸다고 이곳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부분 가족 또는 지인 모임 단위로 10명 안팎이었지만, 등산복을 맞춰 입은 20여 명의 단체도 보였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상당수가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었다. 또 일부는 수목원 곳곳을 돌아다닐 때도 노마스크였다. D(60) 씨는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고 수목원이 밀폐된 공간이 아니어서 감염 걱정을 하지 않았다. 꽃 향기를 맡으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날 유원지에도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수성못 일대는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을 비롯해 젊은층 일부는 음식점 야외 테라스에서 음주를 즐겼다.
수성못 주변 카페들은 대부분 만석이었다. 10명 가까이 모여 앉아 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노마스크로 얘기를 나눴고, 이동할 때만 마스크를 썼다.
수성못 한 카페 직원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5, 6명 손님이 많았는데, 오늘은 10명 이상 손님들이 꽤 많다. 모임 인원수가 크게 달라졌다 보니 확실히 위드 코로나를 실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 상황이라도 개인 방역을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모임 인원수 완화와 시설 운영시간 제한이 사라지면서 자체적으로 방역을 완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 착용과 시설 환기, 명부 작성 등 기본생활방역 수칙은 여전히 준수해야 한다.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시민들께서 잘 지켜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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