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폐암·뇌경색·뇌출혈 겹친 아빠 "어린 딸, 성인 될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

젊은시절 성공했지만 가족에 배신당해 나락으로…어려울때 만난 아내마저 배신
홀로 키운 딸은 학교폭력 피해…'드르륵' 소리만 나도 진절머리 쳐

아빠 김홍태(가명·61) 씨가 딸 승희(가명·10) 양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배주현 기자
아빠 김홍태(가명·61) 씨가 딸 승희(가명·10) 양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배주현 기자

"승희야, 바닥은 이렇게 닦는 거야."

원룸 바닥에 앉은 아빠 김홍태(가명·61) 씨가 딸 승희(가명·10) 양에게 손으로 걸레질 흉내를 낸다. 몇 번 가르쳤지만 아직 어린 딸의 솜씨는 영 서툴다. 승희는 아빠의 손짓을 따라 하다 금세 방으로 쪼르르 내뺀다. 그런 딸이 귀엽지만 이내 마음이 먹먹해진다. 김 씨는 폐암 4기다. 뇌경색과 뇌출혈까지 겹쳐 그는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 이후에 딸을 돌봐줄 이가 아무도 없다. 김 씨가 딸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집안일을 하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뿐이다.

◆가족에게 배신당해

늦게 찾아온 딸이라 더 소중하고 예뻤다. 젊은 시절 사업에 성공하면서 풍족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김 씨의 '돈'에 대한 가족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부모와 형제는 김 씨에게 사기를 쳤고 넉넉한 삶은 이내 바닥을 쳤다. 주머니에 한 푼조차 없는 삶과 가족의 배신. 김 씨는 삶을 그만두려 돈 300만원을 빌려 필리핀으로 향했다. 외지인이 살기 아주 위험한 마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막상 마주한 필리핀의 모습은 생각과 달랐다. 사람들은 작은 것에도 기뻐했고 성실해 보였다. 다시 삶의 의지가 들끓었다. 김 씨는 저렴한 원단을 떼 파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밑바닥까지 친 삶에서 차츰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필리핀 아내를 만났고 승희를 낳았다. 딸이 태어나면서 둘은 필리핀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김 씨의 고군분투는 계속 이어졌다. 요양보호사 등 각종 자격증을 딴 뒤 김 씨는 이른 아침부터 일에 나섰다. 하지만 행복은 아주 잠깐뿐이었다. 어느 날 아내는 어린 딸을 두고 집을 나갔다. 수소문 끝에 닿은 전화 통화에서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라는 말만 남긴 채 아내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또다시 마주한 배신에 김 씨는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딸을 어떻게든 키워야 했다.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어 이 세상 좋은 것은 다 해주리라 다짐했다.

◆홀로 딸 키웠지만 폐암

딸에게 온갖 힘을 다 쏟아부은 탓일까. 2년 전 갈비뼈 통증이 있어 찾은 병원에서 흉부 쪽에 암이 발견됐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지만 당시 치료할 돈이 없어 수술을 포기했다. 그렇게 1년 뒤에 병원을 찾았지만 암은 이미 폐에 모조리 퍼져버렸고 뇌경색까지 오게 됐다. 중환자실에 입원해 폐 한쪽을 떼어냈고 항암치료를 받는 그 순간에도 김 씨는 온통 '딸' 걱정뿐이었다.

불행은 자꾸만 겹쳤다. 애지중지하며 키운 딸은 올해 학교폭력을 당했다. 친구가 승희에게 돈을 빼앗고 폭력을 썼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면 아픈 아빠가 속상해 빨리 세상을 떠나버릴까 승희는 혼자 속앓이를 해야 했다. 계속된 스트레스에 딸이 집에서 소리를 지르는 이상행동을 하고 나서야 김 씨는 폭력 사실을 알게 됐다. 친구는 김 씨가 아프다는 걸 알고는 다른 아이들에게 '승희 아빠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퍼부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김 씨는 학교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가해자에겐 고작 서면 사과 처분이 끝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딸의 가방 지퍼를 계속 열어 돈을 가져간 탓에 이제 '드르륵' 소리만 나도 진절머리를 치는 승희의 모습에 김 씨는 가슴을 내친다.

딸의 피해 사실에 김 씨의 몸은 더 악화해 최근 뇌출혈까지 오게 됐다. 이제 김 씨는 일어서는 것조차 힘이 들고 항암치료로 음식을 먹는 것도 어렵다. 그런 그를 간호하는 건 어린 승희 뿐이다. 아빠가 아파 홀로 달걀 프라이로 끼니를 때우고 아빠에게 배운 집안일을 서툴게 해낸다.

무엇보다 김 씨의 큰 걱정은 자신이 떠난 세상 홀로 남겨질 딸의 모습이다. 어머니가 계시지만 나이가 이미 아흔인 데다 치매에 걸려 승희를 맡길 수 없다. 형제도 이미 연락이 끊은 지 오래다.

이미 유언장까지 다 써둔 김 씨는 '부디 승희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며 두 손을 간절히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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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미혼모 딸이 떠맡긴 손자 홀로 돌보는 조성연 씨에게 2,109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미혼모 딸은 손자 맡기고 집을 떠나버렸고 남편은 이웃과 다투다 분신 시도해 생활이 힘든 조성연(매일신문 10월 26일 자 10면) 씨에게 2천109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다우약품 100만원 ▷이신덕 30만원 ▷이난영 10만원 ▷전시형 10만원 ▷전우식 5만원 ▷방태표 2만원 ▷성영아 1만원 ▷이정현 1만원 ▷한동엽 1만원 ▷서형덕 5천원 ▷김서연 2천원 ▷'주님께감사' 13만원 ▷'김재연 힘내세요' 5만원 ▷'지현이동환이' 1만원 ▷'지성이' 2천원 ▷'채영이'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모의 이혼과 성추행 피해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심한 박혜인 씨에게 1,771만원 성금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고등학생 때 이웃에게 성추행까지 당하면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심한 박혜인(매일신문 11월 2일 자 10면) 씨 사연에 47개 단체 136명의 독자가 1천771만9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뉴프라임(성점화) 50만원 ▷㈜태린(박찬종)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IBS(전병집)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태봉텍스타일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10만원 ▷세명철강(김용태)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김남화대흥당약업사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신매수련원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2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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