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단풍 씨앗.
이제는 엄마 품을 떠날 시간.
좀이 쑤시도록 이날을 기다렸습니다.
휙~ 뱅그르르~. 외날개로 찬바람에 올라타더니
멀리 더 멀리, 헬리콥터가 따로 없습니다.
씨앗은 겨우 쌀 한 톨 만해서
도토리에 빠진 다람쥐를 부를 재간도 없고,
새를 불러들일 맛난 열매는 더 더욱 아닙니다.
자력갱생, 스스로 길을 찾는 수 밖에.
진화를 거듭하다 씨앗에 떡하니 날개를 달았습니다.
잎이 붉게 물들 무렵, 쌍으로 자란 두 씨앗은
탯줄을 닫고 수분을 털어 몸집을 줄입니다.
씨앗 하나에 날개도 하나씩 사이좋게 나눴습니다.
얼마나 날고 싶길래, 깃털처럼 가벼워진 날개는
주름마저 곤충의 그것을 쏙 빼닮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비행에 최적화된 질량비.
연구결과 씨앗(중심)·등편·날개 질량비는 5대1대2.
활공시간을 한껏 높혀 더 멀리 나는 비책이었습니다.
비대칭의 외날개지만 자손을 멀리까지 퍼트리려는,
단풍나무가 고안해 낸 신의 한 수 였습니다.
2009년 네덜란드·미국 대학 공동 연구팀은
회전하는 단풍 씨앗 위로 휘도는 소용돌이가
곤충 날개처럼 씨앗을 뜨게하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실날 같은 바람에도 단풍 씨앗은
하강·상승이 능수능란한 비행의 고수가 됐습니다.
이런 씨앗에 감탄한 사람들이 일을 냈습니다.
세계 최소형 인공 비행체 '마이크로 플라이어'가
지난 9월 24일자 '네이처'표지에 올랐습니다.
원천기술은 단풍 씨앗의 현란한 비행술.
무동력, 오로지 바람만으로 날도록 설계됐습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개발한 이 비행체는
조만간 하늘을 날며 대기질을 측정할 예정입니다.
천연 테이프 벨크로(찍찍이)는 도꼬마리 열매에서,
헬리콥터 날개도 이 단풍 씨앗에서 착안했다죠?
수억 년을 진화해 온 자연은 분명 지혜의 창고입니다.
단풍(丹楓)의 풍(楓)은 나무 목(木)+ 바람 풍(風).
바람을 잘 타는 씨앗을 가졌다고 저렇게 지었을가요.
불타는 단풍에 취해 이런 재주꾼의 여태 몰라봤습니다.
두 날개의 새가 하나도 부럽지 않은 단풍 씨앗.
휙~ 이는 돌개바람에 팽그르르~ 신나게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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