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또 상을 받았단다. 2021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가운데 일본 학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참으로 부러웠던 지라, 수상 소식에 귀를 쫑긋 세웠다.
상의 이름은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Award)이다. 이 상은 세계 120개국 이상의 환경 단체가 구성한 비정부기구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개최 기간에 수여하는 상이다.
지구온난화 대처에 소극적인 국가나 단체를 선정해 비판과 조롱을 더한 '불명예 상'이다. 1999년 COP5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매번 총회가 열리는 동안 하나의 세리머니로 정착되었다. "최악이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국가들을 부끄럽게 만들자"는 취지다.
제26회 COP가 지난달 31일 시작해 이달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여기서 일본, 영국, 노르웨이, 미국, 프랑스, 호주 등 세계 기후변화 대응 논의의 중심 선진국들이 이 상을 받았다.
첫 번째로 수상한 나라는 COP26 의장국인 영국이었다. 숙박난을 초래했고 참가자들이 긴 줄에서 대기해야 하는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후회의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좀 황당하고 재밌다.
기후변화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미국도 선정되었다.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농업 분야의 기후변화 대책인 'AIM4C'(Agriculture Innovation Mission for Climate)가 농부들을 일에서 소외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영세 농민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혁신'도 CAN의 날카로운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트집을 위한 트집으로도 보이지만, 총회 회원국에 '주마가편'(走馬加鞭)의 마음을 더해주고 있다.
일본이 이 상을 받은 것은, 기시다 일본 총리가 COP26에서의 연설에서 언급한 탈탄소 전략 때문이다. "이번 COP의 과제는 석탄 화력의 단계적 폐지인데, 일본은 2030년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려고 하고 있으며, 기시다 총리는 수소・암모니아를 사용한 '제로 이미션'(온실가스 배출 제로)을 맹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AN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이런 초보적이고 값비싼 기술이 (지구 온도 상승폭 제한치) 1.5℃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COP26에서 아시아 각국이 석탄・천연가스 중심의 화력발전을 암모니아・수소를 활용한 '제로 이미션'의 친환경 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일본의 신기술을 아시아 각국에 적극 공여할 계획을 언급했다. 또한 향후 5년간 최대 1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재생 가능 에너지는 태양광발전이지만, 안정적인 전력 관리를 위해 화력발전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COP26에서 합의된 석탄 화력발전 단계적 폐지안에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46개 국가와 지역이 이 안을 지지했다. 그러나 일본은 동참하지 않았다. 현재 일본 내 에너지원 중 30%가 석탄발전이며, 아직까지 석탄 폐지 계획이 없다.
일본 정부가 석탄 화력에 집착하는 이유로는 신재생 에너지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멈춘 원전의 재가동이 안전대책 문제 등으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상 수상에 대해서 일본은 조용하지 않다. 심각한 기후위기에 대해서 특히 젊은 층이 소리를 내고 있다. 방송인들도 여기저기서 우려의 소리를 더했다. 그러나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민간단체의 활동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일본의 100억 달러 규모 선도적 사업 전개는 많은 참가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자만했다.
2021 노벨 물리학상은 무질서하고 복잡한 현상 속에 숨어 있는 질서와 이치를 밝히는 '복잡계 연구'에 기여한 세 학자가 공동 수상했다. 여기서 대표적 무질서 현상은 기후변화다. 일본 출신 슈쿠로 마나베(90) 교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의 표면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증명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이유로 수상했다.
세상에는 이런 상 저런 상이 있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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