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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찬스? 경주시립합창단 지휘자 선임 시끌

前직장동료·제자가 면접 참여
심사위원장 "지역출신 돼야…" 지원자 순위 집계 하지 않아
일각 "실기전형 생략도 문제"

경주시청 전경. 매일신문 DB
경주시청 전경. 매일신문 DB

경주시립합창단 지휘자 선임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주시가 특정인을 지휘자에 앉히기 위해 지원자에 대한 평가를 공정하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경주시는 지난 8월 17일 '시립합창단 지휘자 채용공고'를 냈다. 9월 6일부터 15일까지는 지원자 34명의 응시원서를 접수받아 응시자의 자격요건 및 결격사유 등을 심사했다. 이후 시는 지난달 6일 서류전형 합격자 32명을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한 뒤, 지난달 29일 최종합격자로 A씨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면접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 8명 가운데 심사위원장을 포함해 최소 3명이 A씨와 직장 동료였거나 사제지간으로 얽혀 논란을 낳고 있다.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심사위원장은 A씨와 대구 한 대학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교수, 나머지 2명은 A씨의 제자다. 이런 경우 제척사유가 돼 심사위원은 심사장에서 해당 지원자에 대한 '심사 회피'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심사위원장은 면접심사에 앞서 일부 심사위원이 있는 자리에서 "이왕이면 경주 출신이 되면 좋지 않겠냐"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주 출신이다.

또 지원자에 대한 면접이 끝나면 모든 심사위원이 보는 자리에서 총점을 집계해 순위를 매기고 심사위원의 최종 서명을 받는 통상적인 방식과 달리 당시 경주시는 심사 현장에서 순위 집계 없이 심사위원 개별 채점표만 받아 갔다. 심사의 공정성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지역 음악계 안팎에서 잇따르는 이유다.

일부에선 실기전형 없이 서류심사와 면접으로만 지휘자를 선발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합창단 지휘자를 모집 중인 경기도 의정부시는 지휘영상물 심사를 통해 실기평가를 할 계획이다. 인천시 계양구도 지난해 11월 구립관현악단 지휘자를 뽑을 당시 전형에 실기평가를 포함시켰다.

지역 음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들어 "A지휘자가 시립합창단에 다시 온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고 한다. A씨는 1996년부터 2014년까지 경주시립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심사위원 위촉부터 점수 집계 방식까지 다방면으로 면접심사에 공정을 기하려 노력했다. 다만 제척사유 부분에 대해선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했다. 심사위원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순위 집계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면접 참여자가 32명이나 됐던 만큼 집계 시간이 오래 걸려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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