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삼성 라이온즈 우승 등식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프로스포츠에서 시즌 개막에 앞서 판도를 예상할 때 '점친다'는 표현을 하는데, 맞을 확률이 매우 낮음을 암시하고 있다.

미디어 해설위원 등 전문가 집단이 그 나름 공부해 시즌 판도를 예상하지만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올해 프로야구만 해도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2강 판도'로 예상했으나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마지막에 2강 자리를 나눠 가졌다. 삼성의 우승권 전력을 내다본 이는 이승엽 해설위원뿐이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6년 만에 리빌딩에 성공한 삼성의 가을 농사는 어느 단계까지 갈까. 삼성은 9일부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예년과 달리 3차전(2선승제)으로 짧게 진행되는 변수를 지니고 있다. 두산은 2000년대 삼성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2000~2020년 삼성이 7차례, 두산이 4차례 각각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두산은 최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강호로 올 시즌 삼성과의 대결에서도 9승 7패로 앞섰다.

삼성이 '왕중왕'에 오른 역사를 들여다보면 공교롭게도 일정한 등식이 나타난다. 우승 직전 연도의 성적이 항상 2위다. 삼성은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2002시즌 직전인 2001년에 2위를 차지했다. 2년 연속 우승한 2005·2006시즌 전인 2004년, 4년 연속 정상에 오른 2011~2014시즌 직전인 2010년에도 각각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프로야구 사상 유일하게 1985년 전·후반기 통합 우승으로 한국시리즈를 무산시켰는데, 직전 해인 1984년에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 등식대로라면 삼성은 올해 우승할 수 없다.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 KT를 상대로 고배를 들어야 내년 정상 등극이 가능하다. 이 등식이 성립되기를 바라는 삼성 팬은 없을 것이다.

삼성은 올해 2016~2020시즌 '9-9-6-8-8위'의 수렁에서 탈출한 상태다. 하위권에서 단번에 우승권 전력을 구축한 사례는 없는 만큼 삼성은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집중력 있고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 새 전용 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흑역사가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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