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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시 기행' 김성곤 교수 "소통의 리더십, 핵심은 겸청(兼聽)"

김성곤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8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김성곤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8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중국 고전에서 배우는 소통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제공

"옛 중국 신화에서, 자꾸만 범람하는 황하를 다스리기 위해 제방을 쌓아 물의 흐름을 막는 도법(堵法)을 쓴 곤은 실패했고, 그 아들 우가 물길을 막지 않고 흐르도록 하는 소법(疏法)으로 성공했습니다. 리더의 소통도 물을 다스리는 것과 같기에 이와 다르지 않아요."

김성곤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중어중문학과)는 8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중국 고전에서 배우는 소통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EBS 세계테마기행 '중국 한시 기행' 등을 진행하며 잘 알려진 중국 고전 인문학 전문가다. 특히 한시를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이하는 등 한시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김 교수는 '소통의 리더십'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초한 전쟁기 항우와 유방, 당 태종 이세민과 당 현종을 들고나왔다.

그는 "초한 전쟁 당시 항우가 수많은 싸움에서 유방을 압도하고, 병법과 무예도 우수했지만 결국 패배했다"며 "유방은 여러 사람의 책략을 잘 받아들여 군책군력(群策群力)했고, 항우는 오직 자신의 용맹만을 믿고 어리석게 행동하며 독단독행(獨斷獨行)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당 태종 이세민과 당 현종에 관해서는 겸청즉명(兼聽則明)과 편신즉혼(偏信則昏)의 자세를 강조했다. 겸청즉명은 코드가 맞는 이야기뿐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쓴소리까지 골고루 들어야 명군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고, 편신즉혼은 누군가의 의견만 편파적으로 들으면 혼군이 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당 태종에게는 명신 위징(魏徵)이 있었는데, 문무백관이 황제를 보고 있는 조회 시간에 태종의 정책에 '돌직구'를 날려 여러 번 태종을 분노케 했다"며 "그럼에도 태종은 감정을 꾹 삼키고 그 의견을 듣고 다시 논의했다. 지존의 자리에서 잘못을 인정하기 쉽지 않은데, 그럴 수 있었기 때문에 명군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곤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8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김성곤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8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중국 고전에서 배우는 소통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제공

그러면서 당 현종에 관해서는 "겸청을 해 명군이 됐다가 편신을 하면서 혼군으로 변한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종은 초기 사사건건 자신의 정책을 지적하고 나서는 강직한 재상 한휴(韓休)와 자주 충돌했는데, 스트레스를 받아 얼굴이 수척해졌다고 한다"며 "그러나 이를 지적한 신하들에게는 '그의 지적을 받아 함께 국정을 두고 날밤을 새우니 나는 수척해졌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해 백성을 이롭게 하고 살찌운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군수천하비(君瘦天下肥·임금이 수척해지면 천하가 살찐다)라고 했는데, 겸청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양귀비를 맞아들이며 특정 인물의 이야기만 듣기 시작해 혼군이 된 당 현종은 편신즉혼의 대표적 사례가 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많은 혼군의 공통점은 한 사람만 신뢰하고 그의 말만 들었다. 당 현종뿐 아니라 중국의 첫 통일 왕조인 진나라를 15년 만에 망하게 한 호해(胡亥)가 그랬다"며 "기업인이나 정치인 등 지위가 높을수록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들어야 한다. 이것이 소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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