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경철이 만난 사람] 찌릉 보톰랑세이 주한 캄보디아 대사

"캄보디아는 기회의 땅, 양국 FTA 체결 경제 협력 시너지 기대"
앙코르와트·경주문화엑스포 인연…외국인 관광객 늘고 문화 교류 물꼬
FTA 국회 승인 거쳐 내년에 발효…우수 농산물·섬유 좋은 공급처 될 것
"외국인 오너십, 수익 외부 반출 등 외국인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투자법 정비"

찌릉 보톰랑세이 캄보디아 대사. 이무성 객원기자
찌릉 보톰랑세이 캄보디아 대사. 이무성 객원기자

2006년 앙코르와트·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 이후 캄보디아는 아세안(ASEAN) 국가들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온 나라가 됐다.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힌두교 신전인 앙코르 와트, 불교 사원인 바이욘 등을 보유한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열렸던 2006년 외국인 관광객 특수를 맞았다. 그해 캄보디아를 찾은 외국인은 전년에 비해 20%나 증가한 180만 명. 그 중 한국인들이 가장 많았을만큼 경주엑스포는 캄보디아에 엄청난 울림을 가져다줬다.

두 나라 교류에 획기적 사건이었던 2006년 경주엑스포 행사 이후 15년만에 우리나라와 캄보디아는 또다른 역사의 장을 열고 있다. 우리나라와 캄보디아 사이의 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곧 발효되는 것이다. 문화로 교류의 큰 물꼬를 틔운 두 나라가 이제 경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장면을 맞고 있다.

대구경북과는 특별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캄보디아. 지난 8일 오후 서울 남대문에 있는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최근 부임한 찌릉 보톰랑세이(38) 대사를 만났다. 역대 주한 캄보디아 대사 가운데 최고위급 관료인 그는 캄보디아가 FTA를 계기로 대구경북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영국과 호주에서 유학한 그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면서 캄보디아가 기회의 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찌릉 보톰랑세이 캄보디아 대사. 이무성 객원기자
찌릉 보톰랑세이 캄보디아 대사. 이무성 객원기자

- 부임한지 얼만 안된 것으로 안다. 캄보디아 외교관들 사이에 한국은 부임 희망 순위가 상위권에 드는지?

▶지난 9월10일에 부임했다. 외교관으로서 한국이 첫 대사 부임이다. 본국 우정통신부에 도 근무했는데 ICT 정책 개발 건으로 인해 한국을 여러 차례 찾은 바 있어 한국은 너무나 친근한 나라다. 한국에서 기술 공유 세미나 등에 너무나 많이 참석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 전문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캄보디아 외교관들이 가고 싶은 나라를 열손가락으로 꼽으면 한국은 무조건 그 안에 들어간다. 북한과도 캄보디아가 대사급 외교관계를 갖고 있지만 북한에는 가보지 못했다.

- 캄보디아와 한국의 관계가 어느 정도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5만명의 캄보디아인들이 지금 한국에 있다. 아세안 국가들 가운데 체류 인원 숫자로 따지면 최대일 것이다. 많은 캄보디아 근로자들이 한국의 여러 일터에서 일하고 있고 결혼이주여성들도 많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캄보디아 유학생들도 2천여명이나 된다. 한국과 캄보디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대가족 문화나 관습 등에서 닮은 점이 많다. 1999년 수교 이후 한국과 캄보디아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이유다. 경주엑스포 행사 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었는데 그 중 한국이 압도적인 1등이다. 내가 호주 유학생활을 마치고 경주엑스포 행사가 열렸던 2006년 캄보디아로 돌아오니 한국인이 너무 많아 큰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경주엑스포를 계기로 빠른 속도로 한류가 캄보디아에 들어왔다. 결혼이주여성도 한국에 많아 두 나라는 인적 연계성이 크게 높아졌다. 캄보디아 진출 한국기업도 중견 규모 이상만 따졌을 때 200곳 이상이어서 모든 면에서 이제 캄보디아와 한국은 정말 긴밀한 관계가 됐다.

- 대구경북도 한·캄보디아 협회를 결성하고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는데 잘 알고 있나?

▶협회 활동을 들어봤다. 그런데 아직 부임 초기여서 한국의 씨엡립이라고 불리는 경주에 못가봐서 너무 아쉽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경주에 꼭 갈 예정이다.

- 한·캄보디아 FTA가 곧 발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2019년 협상을 시작했던 지난달 두 나라는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두 나라 국회 승인 절차 등을 거쳐 내년에는 FTA가 발효될 것이다. 한국은 캄보디아의 우수한 농산물과 질좋은 섬유류 제품을 매우 좋은 가격에 수입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4계절이 있어 겨울에는 과일과 야체 수급에 어려움이 있는데 캄보디아는 이런 측면에서 좋은 농산물 공급처가 될 것이다. 한국은 캄보디아와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올려왔고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다. 이제 서로 윈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

- 한국 기업들도 FTA를 통해 좋은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물론이다.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투자 관련 법률을 정비해놓고 있다. 다른 동남아시아와는 완전히 다른 외국인 투자 체계를 갖고 있다. 일부 나라는 외국인 기업을 유치해놓고 국가 수익 올리기에 급급하지만 캄보디아는 그렇지 않다. 캄보디아에서는 외국인 기업이 수익을 올린만큼, 우리가 정한 세율의 세금만 낸다면 외환을 자유롭게 본국으로 갖고 나갈 수 있다. 새 투자법을 만들어 규제를 완전히 풀었다. 캄보디아에 투자하는 업체는 오너십도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 제한적 소유권만 인정하는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캄보디아는 소유권을 인정해준다. 소유권 조항, 그리고 수익 반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세금도 초기 투자기간 7~9년 사이에는 비과세다. 이를 텍스 홀리데이(Tax Holiday)라 하는데 텍스 홀리데이가 끝난다하더라도 세금 부담을 줄여준다. 세금 분납 제도를 도입해 세금 부담을 최소화해준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는 없는 제도다.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는 외국인 투자기업이 도망을 못가도록 세금을 많이 때려 울며 겨자먹기로 떠나지 못하게 하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는 분납제도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남도록 유도한다.

- 캄보디아는 투자 제도 외에 외국인 기업이 솔깃할만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을까?

▶한국에 캄보디아의 좋은 노동력이 들어와서 활약하고 있듯이 캄보디아는 교육받은 좋은 인력들이 많다. 과거엔 문맹률이 높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무엇보다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인구 비율이 전체의 75%에 이를만큼 젊은 국가다. 교육열 높은 젊은이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문맹률도 떨어졌고 이제 맨파워가 강한 나라가 됐다.

- 캄보디아 사회기반시설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한국 기업들도 적지 않은데?

▶기반 시설 부문에서도 투자해도 좋은 나라가 됐다고 본다. 최근 발전소를 많이 지어 전력 사정이 좋아졌고 전화나 인터넷도 기반이 잘돼있다. 제조업은 물이 중요한데 메콩강을 떠올려보면 알듯이 수량이 풍부하고 양질의 수자원을 갖고 있다. 국내항인 프놈펜, 5만톤급 배까지 들어오는 국제항인 씨아누크 등 물류기반이 좋다.

- 코로나19 상황으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는지?

▶캄보디아는 코로나19를 정말 잘 관리했다. 지난해 1차 대유행때 감염자가 50명 이하였다. 이달 기준으로 전 국민의 85%가 백신 접종을 끝냈다. 이제 부스터샷도 준비하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여러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백신을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빨리 확보한 덕분이다. 캄보디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내에 있는 외국인들도 차별없이 모두 무료접종을 했다. 백신 접종률로만 따지면 전세계 10위권 내에 드는 수준이고, 아세안 국가 1위다. 캄보디아는 전국적 봉쇄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3일간만 자가격리를 하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 캄보디아는 코로나19 관리를 잘했고 그 덕분에 코로나19 상황속에서 한국으로의 근로자 공급이 끊기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캄보디아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도 캄보디아 근로자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 코로나19가 이제 종식되고 있다는 징조가 보이는지?

▶요즘 대사관이 바쁘다. 비자를 내려는 사람들이 최근 급중하고 있다. 공항에서 비자를 발급하는 업무는 중단중이지만 대사관, 그리고 온라인을 통한 비자 발급 업무를 최근 재개했다. 비자 발급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 한국은 향후 캄보디아를 비롯해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는데?

▶아세안은 작은 나라들이 뭉쳐있다. 작은 나라들의 협상력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작은 나라들이 뭉쳐서 합쳐지면 파급력은 커진다. 아세안의 인구만 6억6천만명이다. 아세안이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큰 힘을 낼 수 있다. 훌륭한 지역공동체로 자라난 아세안은 앞으로 한국과의 협력 방안을 많이 생각해야한다. 협력을 하다보면 경제적 영향력을 낳을 뿐만 아니라 평화의 공존, 즉 안보상의 이점도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

◆찌릉 보톰랑세이 주한 캄보디아 대사

- 캄보디아 캄퐁톰 주 출생

- 호주 웨스턴시드니대 경영학 학사

-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국제경영학 석사

- 캄보디아 외교부 차관(국제협력 아셈담당 차관)

- 캄보디아 우정통신부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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