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의 놀이터서 놀면 도둑"…외부 아이들 경찰에 신고한 아파트 입주민 회장

인천 아파트에서 놀다 경찰에 신고당한 아이가 적은 글. 인터넷 카페
인천 아파트에서 놀다 경찰에 신고당한 아이가 적은 글. 인터넷 카페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아이들은 해당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아니었고, 회장은 아이들을 '기물파손'으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얼마전 아이들이 인천 영종도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입주민 회장한테 붙잡혀 가는 일이 있었다"고 "아이가 집에 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와 급히 가보니 우리 애를 포함해 초등학생 5명을 아파트 관리실에 잡아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처음 본 아이들이지만 저는 우리 아이 포함 5명의 아이들을 진정 시켜주고 경찰분에게 출동 사유를 듣고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며 "입주민 회장은 타지역 어린이들만 골라 아이들을 관리실에 잡아두고 경찰에 놀이터 기물 파손으로 신고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아이들이 기물파손한 정황은 없었으며, 입주민 회장 개인의 의견으로 타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게 그 분의 논리"라며 "타 단지 아파트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논 아이들이 뭔 죄가 있는지 아직까지 우리 아이에게 설명을 못 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터넷 카페 등에 공유된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직접 적은 글을 보면 "쥐탈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이는 글에 "할아버지가 이놈, 저놈(이라고 하면서 ) 커서 아주 나쁜 큰 도둑놈이 될 거라고 했다"며 "친구 어머니와 형이 오자 자식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경찰아저씨께 전화를 했는데 너무 무섭고 큰일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후 열린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의 임시회의에서는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어린이 놀이시설 외부인 통제' 건이 의결됐다가 입주민들의 반대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에 신고를 당한 아이 5명의 부모는 협박 및 감금 혐의로 입주자대표 회장을 고소한 상태로 전해졌다.

다음은 청와대 국민청원글 전문.

너무 황당해서 청원을 올립니다.
얼마전 아이들이 인천 영종도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입주민 회장한테 붙잡혀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 18시 30분에 귀가 해야 하는 아이가 두 차례 전화에도 연락 두절 상태여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19시 09분에 경찰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아이가 기물 파손죄로 신고가 들어와 와보셔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급히 달려가 보니 우리 아이 포함하여 총 5명의 초등학생들을 관리실에 잡아 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 왔습니다. 5명의 아이들은 연락 받고 도착한 부모를 볼 때마다 닭똥 같은 굵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처음 본 아이들이지만 저는 우리 아이 포함 5명의 아이들을 진정 시켜주고 경찰분에게 출동 사유를 듣고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입주민 회장은 타지역 어린이들만 골라 아이들을 관리실에 잡아두고 경찰에 놀이터 기물 파손으로 신고 한 것입니다.
시시티비를 봐도 아이들이 기물파손한 정황은 없었으며, 입주민 회장 개인의 의견으로 타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게 그 분의 논리 입니다.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잡아가는 과정에서 ***,*** 등의 욕을 하고 심지어 핸드폰 가방 자전거등을 전부 놀이터에 두고 따라 오라고 해서 아이와 연락이 안 된것 입니다.
인천 **서 담당 형사도 아동학대,감금,언어폭력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지만 힘들것 같다고 본인도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합니다.
법적으로 처벌 할 수 없다는게 맞는 것인지 제발 도와 주세요.
타 단지 아파트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논 아이들이 뭔 죄가 있는지 아직까지 우리 아이에게 설명을 못 해주고 있습니다.
과연 놀이터 주인은 누구일까요?
아이들일까요.. 입주민 회장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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