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대구FC의 변화가 놀랍다. 10여 년 만에 담당 기자로 다시 만난 대구FC가 과거에 취재했던 그 팀이 맞나 싶을 만큼 달라져 있었다.
당시 대구FC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근호, 에닝요 등 주축 선수들이 이적하면서 K리그 15개 팀 중에서 꼴찌를 했고, 감독마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했다.
인프라도 열악했다. 홈구장인 대구스타디움은 규모가 너무 커 경기 몰입을 방해했다. 6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경기장에 평균 3천여 명의 관중만 들어차 응원 열기도 찾을 수 없었다.
제대로 된 클럽하우스도 없었다. 구단은 원룸을 임차해 선수들에게 제공할 정도로 열악했다.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된 성적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주요 인사들도 대구FC를 돈 먹는 하마 정도로 봤다. 그야말로 '미운 오리 새끼'였다.
코칭스태프와 구단 직원들을 만나 얘기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구단이라는 자긍심은 온데간데없고, 한숨 소리만 가득했다. '이러다가 대구FC가 해체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던 기억도 있다. 현재의 대구FC만 아는 팬들은 이해 못 할 옛날이야기다.
대구FC는 현재 K리그1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K리그1에서 구단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둘 것이다. 지난해에는 5위였다. FA컵 결승에도 진출했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성적뿐만 아니라 인프라도 국내 최고다. 2019년 개장한 홈구장인 대팍(DGB대구은행파크)은 가장 한국적인 축구전용구장의 모범 사례다. 알루미늄 바닥에 함성을 모아주는 지붕은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벤치마킹하려는 국내 구단도 적지 않다.
같은 해 클럽하우스도 완공됐다. 대구체육공원에 들어선 클럽하우스는 최고의 시설에다 천연 잔디 훈련장도 마련돼 있다.
이제는 대구FC가 대구의 자랑거리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단체장들을 만나면 꼭 대구FC 자랑을 한다. 코로나19 이전에 대구FC 경기가 열리면 시민들로 대팍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완벽하게 변신한 셈이다.
대구FC의 화려한 성공에는 사람이 있었다. 우선 조광래 대표를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지금의 대구FC가 있기까지 공이 가장 크다. 대팍과 클럽하우스 완공뿐만 아니라 세징야 등 용병 영입과 관리까지 대구FC의 모든 변신을 주도했다.
경남 진주의 거친 사투리와 동네 아저씨 같은 외모와 달리 조 대표는 예리한 눈매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뛰어난 성적에는 세징야, 에드가 등 용병을 빼놓을 수 없다. 세징야는 중국 프로팀에서 제안한 거액의 연봉도 마다하고 대구FC에 남았다. 그의 부인의 특별한 대구 사랑도 얘깃거리다.
대구FC를 성공으로 이끈 조 대표와 세징야는 대구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 학연, 지연이 아니라 오직 능력을 보고 등용했고, 걸맞은 권한과 시간을 줬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구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전략은 없다.
대구FC에서 배우길 제안한다. 대구FC의 성공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해서 대구의 각 분야에 적용시키자는 얘기다. 대구FC는 답을 갖고 있다. 우리가 찾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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