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수성의 층고를 3층으로 제한한 대구시의 행정 조치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지난달 22일 최종 확정됐다. 1심에서 패소한 대구시가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호텔수성은 본관 건물을 4층으로 높일 수 있는 길을 트게 됐다. 문제는 대구 시민의 대표적인 휴식처이자 전국적 관광 명소인 수성못에 대한 난개발 우려가 이번 판결 여파로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이번 소송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흘려 넘길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층수 제한 고시에 대해 전문적·기술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고 막연히 미화·자연경관 등의 이유로 호텔의 요구를 대구시가 계속 거부했다" "유동 인구 증가·휴양 시설 고층화 등 변화된 여건을 고려치 않아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 근거다. 대구시가 이렇다 할 법적·제도적·절차적 근거도 마련해 놓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 규제를 밀어붙이다 패소를 자초했다는 유추가 가능한 대목이다.
소송에서 지자 뒤늦게 대구시는 호텔 수성의 증축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층수 제한 완화가 수성못 경관에 부정적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거부 처분을 다시 내리고, 그렇지 않다면 층수 제한을 기존 3층에서 4층으로 완화하는 도시계획시설 고시를 공표하겠다는 것이다. 원님 행차 뒤 나팔 부는 격이다. 이 같은 법적·절차적 정당성은 진작에 마련해 놓았어야 했다.
이런 안일한 자세로 수성못 난개발을 막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안 그래도 지난해 9월 수성못 전체 면적의 3분의 2가 공원에서 해제돼 북편 난개발 우려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수성구청은 둑 높이 이상의 건축 신축은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이번 호텔수성 사태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 솥뚜껑으로 자라 잡는 식의 행정 규제는 법원에 가면 거의 백전백패다. 대구 10경 중 하나인 수성못의 자연경관, 이런 안일한 자세로는 절대 지켜낼 수 없다. 대구시와 수성구청의 치밀한 대응과 고민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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