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그래서 또 어떤 훈련들이 필요할까. 세상 거의 모든 일에 그러하듯, 여기에도 하나의 정답은 없다. 개개인의 성향이나 프로덕션이 요구하는 작품 스타일에 따라서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다양한 훈련법과 연기에 대한 지침서 또한 존재한다.
재미있게도, 연극배우가 무대에 서기 위해 익혀야 하는 것들 중에는 뭔가 멋있고 특별해 보이는 기술뿐 아니라, '아니 저런 것도 배워야 해?' 싶은 지점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서기, 걷기, 말하기, 듣기 등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숨 쉬듯 서고 걷고 말하고 듣는다. 그런데 유독 무대라는 공간에 들어가면 일상적으로 우리가 해오던 이 모든 기능이 마비돼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에 배우는 익숙하게 해오던 이런 일들을 무대 위에서 다시 익혀야 한다.
말하기 듣기와 관련해 초심자들이 현장에서 많이 듣는 요구는 "대사를 하지 말고 말을 해라, 상대 배역의 말을 듣는 척하지 말고 진짜 들으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무대 위에서 말하고 듣는 감각을 찾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이 감각을 찾기 전에도 배우는 언뜻 그럴듯하게 대사를 할 수 있고, 상대가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관객은 인물의 말을 머리로 이해할 수 있고, 배우는 상대의 대사에 따라 내 연기의 리액션을 하거나 다음 대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말하고 들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배우의 연기는, 그리고 관객에게 와닿는 감각은 질적으로 완연히 다르다.
최근 새로운 작품 연습에 들어가게 되면서, 대사를 하지 말고 말을 해야 하며 듣는 척하지 말고 진짜 들으라는 말을 오랜만에 하게 됐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순간 바늘로 콕콕 찔리듯, 내 마음이 미묘하게 불편해졌다. '나 자신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내 경우, 삶 속에서 진짜 말하고 진짜 듣는 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말하기와 듣기는 결국 소통을 위한 것인데, 그저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 내거나 듣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듣지 않는 순간들이 너무 늘어난 것이다.
사춘기 시절에는 문학소녀의 감성으로 '진정한 소통이란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라며 슬퍼한 적도 있다. 하지만 완전한 소통이 불가능할지언정 최소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정성,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에 대한 핑계를 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저 조용히, 진짜 말을 하고 진짜 듣도록 마음을 다시 붙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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