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걸려 넘어질 뻔" 인도블록 밀어올린 가로수 뿌리

수목 보호대 넘어서 인도 침범…휠체어 유모차 보행기 교통약자 '위험천만'
전문가 "도로 계획과 가로수 조성 함께 고려할 필요"

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반고개역 3번출구 앞 인도블럭이 가로수로 인해 들려있는 모습. 최혁규 기자
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반고개역 3번출구 앞 인도블럭이 가로수로 인해 들려있는 모습. 최혁규 기자

A(28·대구 중구 남산동) 씨는 최근 버스를 타러 가던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버스가 승강장에 도착한 것을 보고 뛰어가던 중 인도블럭에 걸려 넘어질 뻔한 것이다. 인도 위 구조물이나 차량 등에 부딪혔더라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근처 인도블럭 대부분은 조금씩 솟아 있었다. 승강장 옆 가로수 뿌리가 수목보호대를 넘어 도로와 인도 사이 경계인 연석을 밀어올릴 정도였다.

가로수 뿌리로 인한 인도블럭 돌출 현상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9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인근 가로수 뿌리가 자라난 모습. 최혁규 기자
9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인근 가로수 뿌리가 자라난 모습. 최혁규 기자

특히 교통약자에게 인도블럭 돌출은 위험하다. 조금의 충격도 휠체어나 전동기를 타는 교통약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거리를 걷다 넘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 B(49) 씨는 "전동휠체어로 인도를 다니면 요철이 너무 심해 덜컹거리는 경우가 많아 지나가기 꺼려진다"며 "전동휠체어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유모차나 보행기 등 뒤에서 미는 힘이 필요한 이동수단은 보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C(81) 씨는 "횡단보도의 2㎝ 높이 연석을 혼자 힘으로 넘기 힘들어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큰 가로수 옆 인도블럭은 전체적으로 돌출된 경우가 많아 아예 구간을 돌아가기도 한다"고 했다.

구청은 가로수 뿌리 돌출 민원이 발생할 경우, 생육을 위해 뿌리를 잘라내고 인도블럭을 평탄하게 한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다시 뿌리가 자라 인도블럭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잘린 뿌리가 썩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대구시 조례에 뿌리만을 세심하게 관리할 만한 근거 규정이 미약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뿌리를 자른 후에도 우레탄으로 덮거나, 작은 수목보호덮개를 사용하는 등 사후처리 방식도 제각각 다르다.

전문가들은 가로수 계획을 장기적으로 도로 계획과 함께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승환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임학 전공)는 "임시방편으로 나무가 숨 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돌출 현상이 발생하면 수종 교체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는 가로수와 도로를 관리하는 부서가 각각 다른데, 도로 계획 과정에서 가로수 조성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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