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재명 vs 윤석열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신문마다 각양각색의 칼럼을 싣고, TV에 출연한 평론가들도 백인백색의 정치 비평(批評)을 쏟아낸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맥을 같이하는 칼럼 혹은 비평을 '좋은 칼럼, 좋은 비평'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은 이 후보에게 후한 칼럼을 '좋은 칼럼'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자들은 윤 후보에게 후한 칼럼을 '좋은 칼럼'으로 평가한다.

내 생각과 맥이 같은 칼럼이 반드시 '좋은 칼럼'은 아니다. 좋은 칼럼과 나쁜 칼럼은 무엇을 주장하느냐가 아니라, 왜, 어떻게 주장하느냐에 의해 판가름 난다. 말하자면, 이 후보를 후하게 평가하든 윤 후보를 후하게 평가하든 그건 칼럼의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이 못 된다. 이 후보의 어떤 점을 왜? 윤 후보의 어떤 점을 왜? 후하게 평가하는지, 그 근거가 논리적으로 잘 드러나야 좋은 칼럼이다. 비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칼럼뿐만 아니라 정치인에 대한 평가에서도 우리는 호오(好惡)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처음 어떤 인식을 갖게 되면 그 뒤로 접하는 정보는 최초 인식을 보충하고, 강화하고, 합리화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경향은 가까이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가령 정치인)에 대한 평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첫 인식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것은 사람의 천성이다. 하지만 그렇게 타고났다고 해서 타고난 대로, 관성적으로만 반응하면 발전이 없다.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지지와는 성질이 달라야 한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무조건적이라면,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거래 관계'여야 한다.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일을 하려는지'를 평가하고, 그에 걸맞은 점수를 줘야 한다. 냉정한 평가 없이 지지를 보내는 것은 민주공화제(民主共和制)를 파괴하는 행위다. 가볍게 여길지 모르지만 나뿐만 아니라 내 이웃, 내 자식의 삶까지 망칠 수도 있다.

언론과 다수 국민들은 흔히 두 후보의 강점으로 이재명은 '유능', 윤석열은 '공정'을 꼽는다. 실제로 그런가? 이 후보는 어떤 일에서 유능함을 보였는가? 윤 후보는 어떤 일에서 공정함을 보였는가? 손가락으로 한번 꼽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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