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을 떠나보낸 지 벌써 8개월이 다가옵니다. 올해 설을 쇤 지 꼭 10일 만인 2월 22일. 그날 오후 1시쯤 남편과 병원에 다녀오신 어머니와 점심을 먹고 대구 집으로 향했죠. 그날이 어머님과의 마지막 식사가 될 줄은 그땐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게 어머님께서 떠나시고 얼마나 그리움이 가득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계실때 더 잘할 껄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어머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그리운 마음을 이렇게 글로나마 남겨봅니다. 보고싶고 그립습니다. 어머님.
우리 어머님은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여섯 살 위인 시아버지와 결혼하셨습니다. 첫딸을 낳으시고 반년여 만에 한국 전쟁에 참전하신 시아버지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세월을 보내셨습니다. 그때 어머님 나이 겨우 열아홉이셨답니다. 남산학교에서 훈련받으시는 아버지를 등에는 아이를 업고 담장 밖에서나마 어렴풋이 짐작하며 애간장 태우시던 그리운 어머님의 그 마음이 지금 그리움과 같을까요. 어머님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어머님이 스물한 살이 되던 해, 동짓달 스무날, 눈이 유난히 많이 내려 뜨락까지 눈이 쌓인 그 날 제 남편이 태어났다고 말씀하셨죠. 그이가 세월이 흘러 벌써 일흔 살이 됐습니다. 어머님이 몇 해 전 정성껏 꿰매 주신 그이의 구멍 난 양말은 소중히 안 신고 넣어 간직하고 있답니다. 그 양말 볼 때마다 어머님 생각하려고요. 어머님 살아계실 땐 집안 텃밭에 온갖 채소들을 심어 가꾸셨죠. 우리 식구들이 무농약 채소를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또 몇 해 전 여름철 시원한 모시적삼옷을 아들 입히시려고 하얀 모시옷을 사 오셨죠. 나이 들어 보이는 것 같다고 하니 곧장 집안의 떨감을 찧으셔서 그 물에 곱게 갈색 옷으로 염색도 해주셨죠. 여름이면 아주 요긴하게 잘 입는답니다. 며칠 전까지도 그 옷 입었답니다. 어머님의 마음은 하늘의 보배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님, 옛 기억을 추억하며 함께 찍은 사진들을 지금 코팅하고 붙이고 엮어서 온 집안 벽에 사진 걸이로 도배를 해 놓았습니다. 그날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날짜까지 써 놓았습니다. 사진을 볼 때면 그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답니다. 사진을 볼 때면 아직도 우리 곁에서 활짝 웃고만 계실 것 같은 데 안 계시니 더욱 그리워집니다. 사진을 보며 어머니를 오늘도 그려봅니다.
어머님, 남편과 오늘 단감 따서 생전에 딸보다 더 잘 엄마를 섬기시던 이웃 아지매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드리니까 얼마 전에 꿈에 얼굴 좋게 보이셨다고 했습니다. 어머님이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셨던 외증손인 두혁이, 서우, 다연이, 지오, 건우, 연우 모두 잘 자라고 있답니다. 올 추석엔 건우가 가족 간 오목 두기 게임에서 다 이겨 상장과 상금도 주었답니다. 행복한 하루 하루 보내고 있는데 어머님도 함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汝而兵名家子孫(여이병명가자손);
너는 대한민국 병역명문가 자손이다.
好緣不忘常追憶(호연불망상추억):
우리 좋은 인연 잊지 말고 늘 추억하며 살자. 라고 인쇄를 해놓았어요. 어머님, 저승에서나마 42년 만에 만나신 아버님과 오손도손 정답게 잘 보내셔요.
언젠가는 이 며느리도 어머님 곁으로 가렵니다. 어머님! 이 며느리가 너무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뵙고 싶습니다. 이렇게나마 어머님께 한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어머님의 며느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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