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힘 합칠 여지" 김동연에 러브콜

제3지대 합종연횡 조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왼쪽),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제3지대에서 대선주자 간 이합집산(離合集散)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거대 양당의 후보와 대등하게 맞서기 위해선 최소한의 인지도와 지지 세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힘을 합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제3지대 후보들이 아직은 '나를 중심으로'라는 진심을 숨긴 채 공동의 적을 향한 공격에 힘을 보태면서 '논의는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정도로 품위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대선이 임박해지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4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저도 그렇지만 (제3지대의) 다른 분들도 기득권 양당이 사실상 적폐 교대를 하는 데 대해 문제의식을 많이 가진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하고 "어째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힘을 합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동연 전 부총리와의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선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라면서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서 서로 공통점이 있는지, 생각이 전혀 다른 것인지를 알 수 있을 텐데, 기회나 상황이 돼서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정책 공조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3지대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안 대표가 끌어안으려는 김 전 부총리의 생각은 달랐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오전 KBS 방송에 출연해 "(제3지대 후보단일화 관련) 대화를 나누는 거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가능성을 열어 놓지만, 정말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짚어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 대선주자라고 하는 분들이) 새로운 정치라고 얘기했지만 청년, 여성, 다문화, 장애인 전부 화장용으로 코스메틱하게 하고는 거대 양당의 뒤를 따랐다"며 "지금 나오신 (제3지대) 후보들 모두 3수, 4수 하신 분들인데 국민들에게 중도실용에 대한 비전과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안 후보의 기대와 달리 김 전 부총리는 안 후보를 기정정치에 물든 기득권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제3지대에서 후보 연대가 이루진다면 안 후보와 김 전 부총리가 당사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심상정 후보를 배출한 정의당은 국내의 대표적인 이념정당으로 기반이 탄탄해 대선 이후도 기약할 수 있지만 안·김 후보는 사정의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