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치러질 제20대 대선에서 보수정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이 정치적 변방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출신 보수정당 대선후보를 배출하지 못한데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 논의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14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원톱' 역할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우되 그 밑에 힘이 집중되는 야전사령탑 역할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두는 대신 분야별 총괄본부로 구성, 권한을 분산하기로 선대위 가닥을 잡았다.
윤석열 대선후보, 김종인 전 위원장, 이준석 대표최고위원의 의중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절충안을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윤 후보는 기존 당내 대선 경선 선대위에서 손발을 맞춘 참모들을 계속 끌고 가고 싶다는 의중을 비쳤지만,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당 선대위의 파격적인 쇄신을 요구했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매일신문과 통화에서 "집단지도체제 형태로 선대위를 구성해 특정인에게 힘이 쏠리는 상황을 막기로 했다"며 "큰 틀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잡되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은 4~5개 분야의 총괄본부가 주도권을 쥐는 모양새가 되도록 해 윤석열·김종인·이준석 세 사람의 요구를 모두 소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중진급 인사들을 예우하기 위한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 자리도 최소화할 전망이다.
이 대표가 요구해온 '실무형' 선대위의 형태에 근접할 뿐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김 전 위원장의 '선결 조건'과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보수의 본류라는 평가를 받아 온 대구경북으로선 아쉽기만 한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지역 출신인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를 공동으로 이끄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대선후보가 비TK인 상황에서 김병준 전 위원장이 합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며 "당이 텃밭을 위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역의 최다선 국회의원으로 국민의힘 대선선대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기대했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도 이른바 '1/N' 총괄본부를 맡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선대위 구성은 정권교체 후 논공행상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TK가 그동안 경험하기 힘들었던 소외를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한다"며 "후보·총괄선대위원장·대표 모두 TK의 바닥정서를 읽어내기는 힘든 분들이라 더욱 낯 뜨거운 상황도 닥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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