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언어유희(言語遊戱)

정중규 대구공군전우회 부회장
정중규 대구공군전우회 부회장

언어유희(言語遊戱)는 '내용 없는 미사여구나 현학적인 말을 늘어놓는 일'이라고 국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장난이라 하겠다.

이와 관련 요즈음 '후흑'(厚黑)이란 말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후흑(厚黑)은 면후심흑(面厚心黑) 즉, 뻔뻔함과 음흉함이란 말로 청(淸)나라 말기 학자 리쭝우(李宗吾)가 제왕학의 절대 병기로 설파한 학설이다. 따라서 최근 후흑과 관련한 말들이 연일 매스컴을 달군 적이 있다. 바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국정감사장에서 오간 말들이다.

먼저 '돈 받은 자가 범인, 장물을 나눈 자가 도둑'이란 피켓이 눈에 띈다. 자신은 특혜 의혹과 관련이 없다는 말로 언어유희에 다름 아니다. 이런 말도 했다. "이해관계자는 민간 몫의 이익을 나눠 가진 국민의힘 관계자들이며 모두 국민의힘 관련자들이 가져갔다"라며 질문에 대한 답변 대신 국민의힘이 비리 당사자들이라는 논리를 폈다.

나아가 그는 "제가 만약 화천대유의 주인이고 돈을 갖고 있다면 길 가는 강아지에게 던져줄지언정 과거 유서 대필 사건을 조작한 국민의힘 곽상도 아들 같은 분에겐 한 푼도 줄 수 없다"라고까지 했다.

언어유희를 넘어 궤변에 가깝다. 화천대유와 강아지, 유서 대필 사건과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전혀 다른 사건을 연결 지어 핵심을 호도하려는 그 저의가 궁금하다. 또 "대장동 비리가 밝혀지면 대통령 후보를 사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이 100% 확실한 그 분의 문제에, 국민의힘이 사퇴시킬 것인지 먼저 답하면 저도 답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도 있었다.

한마디로 주객전도요, 국민 우롱이다.

국제마피아 조폭 자술서와 돈다발 사진을 공개하면서 조폭과의 연루 의혹을 추궁하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어디서 찍은 건지는 모르지만 참 많이 노력했다. 이래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거다"라며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피감기관의 장으로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의 의혹 제기에 이런 답변을 서슴없이 하는 걸 보면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단 1원이라도 돈 받은 사실이 있다면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라고 묻자 "그럴 리야 있겠느냐, 진실이 아니다. 내가 목숨 걸고 그렇게 하겠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말 바꾸기의 전형이라 하겠다.

또, 민간 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이 제시되었으나 7시간 만에 이를 삭제한 사항에 대해서도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실무팀들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라며 언어유희의 극치를 보여줬다.

마침내 이 발언이 배임 문제로 비화되자 "주어는 성남개발공사다"라며 하루 만에 말 바꾸기로 전환했다.

요약해 보면 '언어유희와 궤변, 그리고 말 바꾸기로 일관한 말의 성찬'이 아니었나 싶다. 대장동 특혜 의혹 논란은 아직도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따라서 누가 도둑이고 누가 범인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그러나 명심보감 천명 편에서 이르기를 '인간사어(人間私語) 천청약뢰(天聽若雷), 암실기심(暗室欺心) 신목여전(神目如電)'이라 했다.

'사람들끼리 비밀리에 소곤거리는 작은 소리도 하늘은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리고 깜깜한 지하 암실에서 품은 나쁜 마음도 신의 눈에는 번갯불처럼 환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주장하는 측과 "단군 이래 최대 토건 비리"라고 하는 측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사생결단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진실이 신발 끈을 매고 있을 때 거짓은 지구를 반 바퀴 돈다'고 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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