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풍향계는 관가에서 제일 빨리 돌아간다는데…"
최근 국회 야당 의원실에서는 "관가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뀐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4·15 총선 참패 직후 정부 각 부처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최소 닷새 이상이 걸려 회신이 왔는데, 최근 대선 경선 레이스 이후엔 빠르면 이틀 만에 이른바 '칼답'이 온다는 것이다.
야당 의원실 A보좌관은 "공무원들 눈치가 제일 빠르다고 하지 않나. 정권교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 부처로부터 자료를 받을 때 조금씩 느껴진다"며 "회신 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 자료 내용도 풍부해졌다. 무엇보다 이제는 부처에서 대안까지 가져온다"고 말했다.
제1야당을 향한 공직사회의 태세 전환은 정부 부처마다 편차가 커 일부 부처는 지난해와 대동소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정부기관들이 부쩍 '프렌들리'해졌다는 것이 야당 의원실의 공통된 전언이다.
산자위 소속 야당 의원실 B보좌관은 "부처에서 소신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나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최근 원전 확대가 필요하다며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며 "현 정권의 부처 장악력이 다소 헐거워진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실에 대면보고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문체위 소속 야당 의원실 C보좌관도 "4·7 재보선 승리 이후부터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은 원래 협조가 잘 됐는데 지금은 자료 제출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졌다"고 했다.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실 D보좌관 역시 "과거에는 공공기관들을 호출해 문제점을 비판하면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반박을 했는데, 요즘엔 '그렇게 보실 수 있지만 정책 취지를 고려해달라'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야당과 척지지 않으려는 것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행전안전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실에서도 "부처에 지적사항을 말하면 핑계대기 바빴는데 이제는 다소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관가의 이 같은 변화가 정권재창출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을 반영한 것을 넘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에 대한 공직사회 내부의 우려 심리도 담긴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후보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을 예고한 데 대해 당사자인 공직자들의 방어심리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평검사에서 검찰총장까지 올라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달리 이 후보는 선출직 단체장만 지낸 탓에 공직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낮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공직자는 "세종에선 윤석열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다소 높다"며 "이재명 후보의 경우 기재부와 국토부 등에 대한 '해쳐 모여' 발언 등으로 경직돼 있다는 인식이 있는 반면 윤석열 후보는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