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대구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대구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을 타면 듣는 안내 음성이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지하철 방송실에서는 '신청사 건립, 공항 통합 이전, 취수원 다변화 등 3대 숙원 사업 해결' 등의 설명을 내보낸다. 그리고 "대구는 혁신으로 새로운 도약을 약속합니다"라는 말로 안내의 끝을 맺는다. 듣고 보면 그럴 만하고 수긍할 만한 일들이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구의 이런 변화는 중요하다. 대구의 앞날과 산업구조 등을 바꿀 변화이니 다행스럽다. 이런 변화의 자랑은 대구시의 민선 7기 시정 혁신 정책 홍보로 오는 12월까지 방송이 계속될 예정이란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 도전설(說)이 나도는 권영진 시장의 업적을 알리는 모양새여서 색안경을 끼고 볼 여지도 없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

이런 색안경에서 한발 벗어나 바라볼 경우, 권 시장 임기 마지막 즈음인 올 하반기 있었던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서의 두 사례도 평가할 만하다. 비록 눈에 크게 띄지는 않겠지만 둘 모두 대구 정신을 가꾸는 일이자, 나라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아끼지 않은 인물의 정신을 기리는 일이어서다.

먼저, 지난달 14일 대구시가 처음 제1회 대구시 호국보훈대상 수상자를 선정, 발표한 일이다. 이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또는 국난의 나라를 구하려 목숨을 아끼지 않고 헌신한 호국 보훈 인물을 뽑아 감사를 표하는 상으로, 내일(17일) 순국선열의 날에 전달한다. 첫해 수상은 항일 투쟁에 나선 생존 장병하(94) 독립운동가와 6·25전쟁 때 참전해 사선(死線)을 넘나든 변영도(90) 학도병에게 돌아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대한광복회 창설, 3·1운동과 의열투쟁, 해외 항일운동으로 이어지는 독립운동의 성지"라며 사업 배경을 밝혔다. 권 시장은 이어 "앞으로도 독립운동 현창 등 보훈 선양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약속하며 독립운동사에서 큰 역할을 한 대구가 '독립운동의 성지'임을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대구시의회에서는 지난 9월 30일 '대구광역시 독립운동 정신 진흥 조례'가 제정됐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인 이진련 대구시의원이 발의,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공포, 시행된 조례는 대구시장으로 하여금 독립운동 정신을 선양·진흥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발굴·추진토록 하고 있다. 특히 조례는 대구시장이 5년마다 독립운동 정신 진흥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 조례가 활성화되면 권 시장의 약속처럼 대구가 독립운동의 성지로서 자리를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그동안 대구의 독립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많았다. 경북 지역 독립운동은 알겠지만 '대구에 무슨 독립운동이 있었느냐?'는 의문은 바로 그런 배경에서 나왔으니 한편으론 자연스럽다. 그러나 지난 2018년 광복회 대구지부에서 처음 펴낸 '대구독립운동사'에 따르면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는 전국 대도시에서 서울 다음인 2위였다. 또 옛 대구사범학교 출신 애국지사는 전국으로 퍼졌고, 특히 대구형무소의 순국 서훈 애국지사가 서대문형무소보다 많아 대구는 '독립운동가의 순국 터'였음도 최근 밝혀졌다.

이 밖에도 대구의 다양한 독립운동 자산은 학계의 연구와 조명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호국 보훈과 독립운동 선양 조치에 나서니 출퇴근길 듣는 '대구는 변화하고 있습니다!'는 안내 방송이 어찌 허투루 들리겠는가. 변화가 반갑고, 변화하는 대구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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