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병 살인'으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청년처럼 오랜 기간 가족의 간병을 책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정부의 간병비와 인력 지원은 부족하다.
지난해 어머니를 떠나보낸 A(22) 씨는 9년 동안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홀로 돌봐야 했다. 아버지는 A씨가 어릴 적에 세상을 등졌고, 친척들은 연락을 끊고 산 탓에 어머니 간호는 어린 A씨의 몫이었다. 어머니 상태는 호전되는 듯 했지만 4년 전 전이가 되면서 몸은 급격히 나빠졌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A씨가 학업에 집중하는 건 무리였다. 아침에 동생을 챙겨 함께 학교에 간 뒤 저녁에는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고 야간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몇 년간 지속되는 간병 생활에서 A씨가 가장 무서웠던 건 '불투명한 앞날'이었다. 체력적 부담은 견딜 수 있었지만 정신적 고통은 갈수록 커졌다. 특히 주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족과 의지할 곳도 없던 A씨는 우울증에 걸렸다. 병원 간호사들은 하루 만이라도 간병인을 두고 쉬고 오라고 했지만 부족한 생활비로 간병인을 고용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A씨는 "초기엔 몰랐지만 몇 년 지나고 보니 우울증이 있었다는 알게 됐다. 신체적으로 견뎌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여기서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너무 무서웠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그동안 치료로 진 빚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했기에 모든 걸 두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암에 걸린 60대 남동생을 홀로 돌보는 B(72) 씨는 수시로 삶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의식도 없이 누워있는 남동생에게 욕창이 생길까 끊임없이 간호를 해온 탓에 이미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데다 남동생의 자식들까지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올케는 집을 나가 챙길 이가 없어진 조카 4명을 B씨가 데려왔다.
많은 조카를 돌보느라 바빴던 B씨는 한 조카에게 "당분간 아빠를 돌봐라"며 간병을 맡겼지만 이웃에게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 B씨 역시 사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간병인을 쓸 수도 없어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
대구의 한 요양기관 원장은 "민간 간병인 비용이 하루 평균 12만원이나 된다. 경제적 부담으로 일까지 포기하면서 가족 간병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기약 없이 아픈 가족의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가족 간병인 역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며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통합간병시스템의 현실화나 지자체의 간병 바우처 도입, 간병비 지원 제도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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