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봇 CEO] <10·끝>김진영 아임시스템 대표

마이크로 로봇, 초소형 히어로 ‘앤트맨’처럼 인체 누비며 심뇌혈관 질환 치료
의료진 피드백 적극 반영해 시제품 제작 중, 세계 최초 상용화 박차
“심뇌혈관 질환은 물론 인체 모든 질병 혁신적 치료가 최종 목표”

김진영 아임시스템 대표. 채원영 기자
김진영 아임시스템 대표. 채원영 기자

로봇하면 거대한 덩치를 떠올리기 쉽지만 매우 작은 로봇도 존재한다. 개미를 닮은 초소형 히어로 '앤트맨'처럼 사람 몸속을 누비는 '마이크로 로봇'이 그 예다.

지난 2019년 7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원인 김진영 대표와 DGIST 로봇공학전공 최홍수 교수가 공동 설립한 아임시스템은 자성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해 심뇌혈관을 치료하는 시스템을 연구개발한다.

아임시스템 마이크로 로봇은 크게는 직경 300마이크로미터(㎛)에서 작은 것은 80㎛도 있다. 사람의 머리카락 직경이 보통 100㎛인 점은 감안하면 이보다 작은 로봇이 존재하는 것이다. 모양도 구형, 직육면체, 나사선 등으로 다양하다.

-자성 마이크로 로봇이라는 게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가?

▶말 그대로 머리카락만큼이나 작은 로봇이다. 자성을 띠고 있어 자기장을 자유자재로 변화하면서 인체 내에 있는 로봇의 방향이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무선 조종되는 마이크로 로봇을 따라 여러 시술도구를 질환 부위로 이동할 수 있다. 치료 약물이나 세포를 탑재해 질환 부위로만 정밀하게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상 조직과 장기에 데미지를 주지 않아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

-주로 어떤 질환 치료에 마이크로 로봇이 투입되나?

▶심뇌혈관 질환이다. 국내 심뇌혈관 환자는 약 1천만명으로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다. 항상 사망 원인 3위 안에 있는 것이 심뇌혈관 질환이다. 혈전(피떡)으로 혈관이 좁아져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을 일으키는 질환을 뜻한다. 이렇게 심각한 질병 치료를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임시스템을 설립했다. 마이크로 로봇은 이 혈전까지 효율적으로 이동해 치료를 돕는다.

-창업 계기가 무엇인가?

▶디지스트 소속 연구원으로 2015년부터 4년 동안 산업부와 대구시 지원을 받아 최홍수 교수(총괄연구책임)와 함께 혈관치료용 마이크로 의료로봇 기술을 연구했다. 모든 연구자는 자신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해 빛을 보고 이롭게 사용되도록 하는 꿈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재작년 창업했고 디지스트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대경기술지주 등 다양한 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상용화는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나?

▶아직 임상시험이나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치료용 제품을 판매하지는 않는다. 다만 제작된 시제품이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대학이나 연구소에 세포나 동물실험용 장비는 제품화해 판매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아임시스템의 주력이 될 인체 치료용 시스템은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환경에 알맞도록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2차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시제품을 완성해 인허가 절차를 거쳐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4년에는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진영 아임시스템 대표. 채원영 기자
김진영 아임시스템 대표. 채원영 기자

-상용화에 성공하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마이크로 의료로봇을 치료용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연구개발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상용화 단계까지는 진행이 안 되고 있다. 아임시스템은 마이크로 의료로봇과 3차원 자기장 제어 시스템을 포함해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 가지 관건은 마이크로 로봇에만 집중해서는 상용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로봇 제어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치료방법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신규 프로젝트나 신제품 개발계획이 있는가?

▶현재는 심뇌혈관 질환 치료용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마이크로 로봇은 더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다. 마이크로 로봇에 항암제를 탑재해 정상 세포를 건드리지 않고 암 부위만을 표적 치료하는 시스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마이크로 로봇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용 콘텐츠와 키트 개발도 완료 단계다.

-의료용 로봇시장 성장성에 대한 전망을 한다면?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의료용 로봇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의료강국인 만큼 의료서비스에 대한 질도 높고 수요도 크다. 앞으로 의료용 로봇시장 성장은 실제 시술 환경을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단순히 성능 좋은 로봇이 다가 아니다. 효과는 물론이고 의사가 사용하기 편하고 경제성도 갖춰야 시장이 커질 수 있다.

-대구지역 로봇산업에 대한 생각은?

▶대구는 로봇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의료기기나 의료시스템을 사전 테스트하는 의료기술시험연수원 건립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대구시가 로봇도시와 메디시티로 방향을 잡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의료용 로봇업체 입장에선 굉장히 기대되는 부분이다. 다만 지방 스타트업은 수도권 기업에 비해 인력 수급과 자금 확보가 어려운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임시스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마이크로 의료로봇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치료할 수 있는 모든 질병을 찾아내는 것이다. 희망적으로 얘기하면 마이크로 로봇으로 모든 질병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혁신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의 마이크로 의료로봇 기술이 전 세계에서 선두를 달리도록 계속해서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정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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