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탓'하는 이재명…언론·관료·검찰에 '화살' 돌려

지지율 박스권 머물러…'수구 대 개혁' 프레임으로 돌파구 모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문화공간 신촌파랑고래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문화공간 신촌파랑고래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스권 지지율에 갇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언론, 관료, 검찰 등에 화살을 돌리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 자신의 개혁적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중도층 확장 측면에서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커지자 부쩍 '남탓'이 늘고 있다. 지난 15일엔 전 국민 방역지원금 지급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관가 전반을 겨냥해 "따뜻한 방안, 책상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게 현장에서 멀게 느껴진다 생각한다"며 "현장을 찾으면서 목소리를 들으면서 국가 경제 총량은 좋아진다지만 서민은 얼마나 어려운지 현장에서 체감해보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같은 날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서도 "매우 미진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며 윤 후보의 직무유기 의혹 등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14일엔 언론을 겨냥해 "저는 어디 가서 말실수 하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요만한 거로 이만하게 만들고 다른 쪽은 엄청나게 문제가 있어도 '노코멘트, 나 몰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누군가가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 후보가 '수구 대 개혁' 프레임을 꺼내들었다고 진단한다. 언론, 관료, 검찰 등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 자신만이 이들을 개혁할 적임자라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 같은 '남탓' 전략이 일부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어도 외연 확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캠프에서 손가락 혁명군을 동원해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며 "대통령에 당선 되기도 전에 언론의 입부터 막으려드니 행여 그가 대통령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적과 아로 나누고, 자기에게 동조하지 않는 이들은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는 것. 전형적인 전체주의 멘탈리티"라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리고 똘레랑스를 생명으로 아는 리버럴 정당으로서 민주당은 이제 없다. 죽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경고음이 터져나온다.

최근 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는 현재 이 후보의 선거전략 문제점을 지적한 긴급전략보고서를 작성, 이르면 이번 주 이 후보에게 전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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