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배 응원 사라진 학교 앞…"수능날 같지 않다"

올해도 응원전, 간식 나눔 일체 없어, 학부모들 차 안에서 '화이팅'
지난해와 달리 시험실 내 방역 칸막이 없지만, 긴장감 잔뜩

18일 오전 대구 수성구 경북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 앞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을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임재환 기자
18일 오전 대구 수성구 경북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 앞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을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임재환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오전 7시쯤 대구 동구 청구고 앞은 차분했다. 수험생을 태운 학부모 차량은 경찰 지시에 따라 3차로에 나란히 줄지어 서서 자녀를 내리고 곧바로 이동했다. 학부모들은 차 창문 밖으로 "파이팅", "잘할 수 있을 거야"하고 응원했다.

대구 청구고 직원 김모(57) 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장 주변 풍경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20년 동안 일하면서 수능 풍경을 숱하게 봤지만 오늘은 정말 수능날 같지 않다"며 "선·후배들이 교문 앞에서 응원하거나 다과를 나눠주는 모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수능 시험장 분위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수험생 아들을 배웅하러 온 김숙경(57) 씨는 "아들이 누나가 셋이나 있는 막둥이라 더 울컥하고 눈물이 난다"며 "딸 세 명이 수능을 치를 때는 응원전으로 교문 앞이 시끌벅적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한적해 낯설다. 이런 코로나19 상황에 집에서 혼자 마음을 다잡고 공부한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코로나로 후배들이 응원하거나 간식을 나누는 모습은 사라졌다. 일부 교사 몇 명이 교문 앞에서 자신의 학교 학생이 보일 때마다 가볍게 포옹을 해줬다.

이날 시험장 앞에 나온 장영대 성광고 교사는 "우리 학교 이과 학생 100여 명이 오늘 청구고에서 시험을 쳐 응원하려 일찍 나왔다"며 "예전엔 교문 앞에서 학부모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경북여고가 시험장인 한 수험생이 입실 완료 시각인 오전 8시 10분까지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청구고에서 시험을 칠 뻔한 일도 있었다. 이 학생은 오전 7시 57분쯤 청구고에 교통 지도를 나온 경찰차를 타고 오전 8시 8분쯤 경북여고에 무사히 도착했다.

18일 오전 7시쯤 대구시교육청 24지구 제 4시험장인 청구고. 수험생들은 두 줄로 입장해 손 소독 겸 발열체크 기계 앞에 서서 검사를 받았다. 방호복 차림의 청구고 교사 4명이 수험생들이 거리두기를 어길 때마다 간격을 지키라고 조용히 안내했다. 윤정훈 기자
18일 오전 7시쯤 대구시교육청 24지구 제 4시험장인 청구고. 수험생들은 두 줄로 입장해 손 소독 겸 발열체크 기계 앞에 서서 검사를 받았다. 방호복 차림의 청구고 교사 4명이 수험생들이 거리두기를 어길 때마다 간격을 지키라고 조용히 안내했다. 윤정훈 기자

이날 경북고 정문을 통과한 수험생들은 본관 벽에 붙어있는 시험실 배치도를 확인하고 발열 체크 기계에서 체온을 측정했다. 이후 방역감독관으로부터 '2m 거리두기' 안내를 받으며 교실로 들어갔다.

한 감독관은 "지난해와 달리 백신 접종 수험생들이 상당수라 안심이 된다. 하지만 시험 도중 유증상자가 나올 수 있어 접촉 체온계를 준비했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응해 다른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고 했다.

경북고에 마련된 별도시험실은 두 곳. 유증상자를 위한 공간이다. 또 체온 검사 시 37.5℃를 넘을 경우 추가 검사를 위한 발열대기실도 준비했다. 이날은 17일 부모가 확진 판정을 받아 수동감시자로 분류된 수험생 1명만 별도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대구시교육청 24지구 6시험장 경북고 한 시험실에서 수험생들이 감독관으로부터 수능 유의사항을 듣고 있다. 임재환 기자
대구시교육청 24지구 6시험장 경북고 한 시험실에서 수험생들이 감독관으로부터 수능 유의사항을 듣고 있다. 임재환 기자

교실로 들어간 수험생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상당수가 책을 펼친 채 공부에 집중했지만, 일부는 두 눈을 감은 채 귀마개를 끼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경신고 3학년 이재원 학생은 "코로나19로 공부하면서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공부해서 어색하지 않다. 밤잠도 줄이며 공부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태 경북고 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수험생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생활방역에 익숙해져 수능도 큰 어려움 없이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수험생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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