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학 개미 '제2의 테슬라' 리비안·루시드에 열광

글로벌 자동차 업계 시총 껑충…주가 '거품' 우려도 만만찮아
대주주 아마존과 생태계 '리비안', 충전 한번에 837km 주행 '루시드'
美 정부 1천 180조원 인프라 투자…미래 산업 패러다임 주도 가능성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증권거래소 앞에 전시된 리비안(Rivian)의 전기차 픽업트럭 R1T. 연합뉴스

2022년 에어 모터 트렌드의 올해의 차에 선정된 루시드 에어가 17일 열린 2021 LA오토쇼에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증권거래소 앞에 전시된 리비안(Rivian)의 전기차 픽업트럭 R1T. 연합뉴스

서학 개미들이 미국의 신생 전기차 업체, '리비안'과 '루시드'에 에 열광하고 있다. 제2, 제3의 테슬라로 평가받는 이들 업체의 주가가 미국 증시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 신생 전기차 업체의 매출이 거의 없음에도 단지 기대감을 바탕으로 거액의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거품' 우려도 인다.

◆포드 시가총액 앞지른 신생 '전기차'들

글로벌 기업 아마존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의 전기차 업체 리비안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상장한 지 5일 만에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1천467억달러(약 173조원)를 기록했다. 당시 기준 폭스바겐을 제치고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이 테슬라·도요타에 이어 3위까지 올랐다.

또 다른 미국의 신생 전기차 업체 루시드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럭셔리 스타일의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의 시가총액은 17일 865억달러(약 102조원)로, GM에 이어 업계 8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는 '미국차'의 대명사 포드(9위)보다도 앞선 순위다.

서학 개미들도 서둘러 전기차 열풍에 동참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17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에 리비안과 루시드가 각각 2위(1억395만달러), 4위(8천307달러)를 차지했다. 1위는 테슬라(2억7천840만달러)였다.

◆'제2의 테슬라' 노리는 리비안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자동차광' RJ 스카린지가 2009년 설립한 신생 전기차 업체다. 3천여명의 직원 가운데 178명이 테슬라 출신으로 알려졌다. 일리노이주의 미쓰비시 자동차 공장을 인수해 양산능력을 갖춘 리비안은 대주주인 아마존(지분율 20%)과 생태계를 구성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가장 인기도가 높지만 인기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픽업트럭과 SUV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리비안에 대한 '낙관론'을 키우고 있다. 리비안이 최근 공개한 픽업트럭 R1T는 4개의 바퀴에 각각 독립적인 전기모터를 장착, 최고출력 835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고급스러운 내장재와 넉넉한 수납공간 등을 마련한 설계 역시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달에는 SUV 모델인 R1S도 출시할 예정이다.

주력 모델인 픽업트럭 R1T와 SUV R1S는 10월 말 기준 5만5400대의 사전예약대수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존으로부터 배달용 전기밴 10만대를 수주해 놓은 상태기도 하다.

2022년 에어 모터 트렌드의 올해의 차에 선정된 루시드 에어가 17일 열린 2021 LA오토쇼에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고급 전기차 꿈꾸는 루시드

테슬라의 또 다른 대항마로 여겨지는 전기차 업체 루시드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지난 16일엔 한 번 충전으로 837㎞를 달리는 '에어드림 에디션'을 고객에게 인도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주가가 무려 24% 폭등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상장한 루시드는 2억원의 최고급형 전기차를 내세우고 있다. 루시드의 첫 모델인 루시드 에어는 모터트렌드의 '2022년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에어 드림 에디션 레인지'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520마일(837㎞) 주행거리 등급을 받았다. 테슬라 '모델S'의 405마일(652㎞)보다와 비교해도 훨씬 앞서는 수치다. 루시드 에어 드림의 가격은 16만9천달러(약 2억원)에 이른다. 기본 가격도 7만7천400달러(9천100만원)다.

루시드는 3분기에만 사전예약 1만3천대를 기록, 총 사전 주문이 1만7천대를 넘어섰다. CNBC·블룸버그 등 각종 매체에 따르면 루시드의 사전 예약금액은 13억달러(1조5천300억원)를 넘어서며 현금 자산이 48억 달러(5조6천470억원)에 이르게 됐다.

루시드는 내년 생산 목표치를 2만대로 잡고 있다. 현재 추세면 연말에 사전 주문이 이미 내년 생산 목표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피터 롤린슨 CEO는 "내년 2만대 차량 생산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전기차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기차 업체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겁게 관심을 받고 있는 요인은 '테슬라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CNN은 최근 전기차 스타트업의 고공행진에 대해 "10년 전 테슬라 주식을 놓쳤던 투자자들이 또 다른 전기자동차의 개척자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1조달러(약 1천18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에 서명하면서 리비안 등 전기차 업체가 정부 지원을 받게 될 것이란 기대감 역시 원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한 테슬라 사례처럼, 전기차 업체가 향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달리 말하면, 전통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업체만큼 전기차를 생산할 혁신적 기술이 없고,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돈 누나'란 별명으로도 잘 알려진 미국 투자자 캐시 우드는 17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GM과 포드가 전기차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과 관련, "이들은 이 대담한 신세계에 대한 DNA가 없다. 두 회사는 산업화·화석연료의 시대에 태어났다"고 비판했다.

◆매출 '0원', 양산 능력 의문

신생 전기차 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지만 '거품' 논란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이 높지만 양산능력은 떨어지는 리비안에 대한 혹평이 많다. 여전히 공식 매출 실적이 없는 점, 향후 수년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점 등이 핵심 근거다.

리비안 측은 최근 "R1T와 R1S 차량 주문이 5만대 이상 밀려 있지만, 이번 분기엔 12억8천만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밝히며 당분간 흑자 전환이 어려움을 공식화 했다.

포브스는 리비안에 대해 "미국에서 매출 없이 시장가치가 가장 커진 기업"이라고 했고, 블룸버그통신도 "리비안은 매출이 제로(0)인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됐다"고 전했다.

양산 능력이 주요 제조사에 비해 턱없이 못 미친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리비안이 내년 더 많은 주문을 받게 될 것이다. 연간 최대 15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이는 연간 수백만대의 차량을 만드는 폭스바겐, 도요타 등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주가에 거품이 끼어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의 자산 매입 감축(테이퍼링) 등으로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투자 활기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신경제 포럼에서 "40년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두려움보다 욕심이 훨씬 앞섰던 적이 있었다. 우린 그런 시기에 있다"는 발언에 대해 CNN은 "리비안과 루시드 같이 매출·수익성이 거의 없는 전기 자동차 업체가 기존 자동차 업체보다 더 가치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