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대선 '캐스팅보트' 2030…"MZ세대가 승부 가른다"

집값 폭등, 취업난에 청년 대변할 적임자 저울질
이념·지역보다 이익·가치 중시 "거대 정당 후보 공감 능력 없어"
文정부에 등돌린 2030 민심 어디로 가나
김용찬 교수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 내는 세대"

17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대구지역 청년으로 구성된
17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대구지역 청년으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수지지 연대' 회원들이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구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030 표심, 뺏느냐 뺏기느냐'

2030세대가 내년 3월 9일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의 승부를 가를 최대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유례없는 집값 폭등, 취업난 등으로 청년층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된 가운데 '예측 가능한 삶', '노력으로 성취 가능한 삶'에 대한 갈망이 강해지면서 자신들을 직접 대변해줄 수 있는 후보를 청년층이 직접 나서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청년층은 선거와 현실정치에는 무관심한 행태가 강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적극 투표층으로 돌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양강 대진표가 확정됐으나, 2030세대는 어느 쪽으로도 뚜렷한 마음을 내주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 2030세대에서 압도적 강세를 보이는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전체 유권자 대비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이들은 내년 대선판을 흔들 최대 변수로 꼽힌다.

2030의 표심 위력은 이미 올해 4·7 재·보궐선거 결과에서 민주당의 대참패로 증명됐다.

오랜 기간 유지되던 '청년세대는 진보, 기성세대는 보수'라는 전통적 세대구도가 2030에는 통하지 않은 것이다.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는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내년 대선 후보 선호도에 대해 30대 은행원 A씨는 "아직 모르겠다. 내년 초 결혼을 준비하는데 집을 못 구하고 있어 막막하다. 결혼과 집 문제가 답답한데 누구하나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20대 대학원생 B씨는 "취업이 어려운 학생들 모아놓고 떠들다 사진찍고 가는 보여주기식 정치쇼는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며 "양당의 두 후보 모두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고민"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됨에 따라, 결전의 날인 내년 3월 9일까지 펼쳐질 20대 대선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윤 후보가 양강을 형성하는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이 함께 출발선에 서는 다자 구도로 일단 레이스가 시작됐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됨에 따라, 결전의 날인 내년 3월 9일까지 펼쳐질 20대 대선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윤 후보가 양강을 형성하는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이 함께 출발선에 서는 다자 구도로 일단 레이스가 시작됐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들은 진보·보수 이념과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과 가치를 중심으로 부동산, 일자리 등 현실적인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요구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들어 부동산 폭등과 취업난,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 '조국사태' 등을 거치며 불공정과 내로남불 논란 등으로 2030의 상대적 박탈감이 어느 때보다 극심해졌다.

또 젠더 문제, 남녀 갈등이 촉발되고 혐오 논란 등으로 청년층에서 이슈가 불거져도 집권세력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2030남성들의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대변하는 '이영자'(20대 남성·영남지역·자영업자층), '이대남' 등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자신의 이익 중심으로 정치현안을 바라보고 정권에 의한 개인 피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30의 누적된 불만이 '적극적 투표 참여'라는 행위로 분출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시각도 있었으나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세대가 됐다. 공정과 정의에 예민하고 기존 세대와는 다르게 상당히 다양성을 갖추고 탈이념화 되고 있다"며 "2030은 이념으로 투표하는 세대가 아닌 자신들에게 공감해주고 지금 내 삶과 현실을 바꿔 줄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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